매달 질문을 통해 독자에게 새로운 일상을 제안했던 컨셉진. 지난 10년 동안 102호의 잡지를 발행해온 컨셉진이 이제는 미션캠프라는 이름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려 한다. 컨셉진다움, 그리고 컨셉진의 다음은 무엇을 향하고 있을까?
에디터 정종혜 포토그래퍼 박기훈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려요.
김경희 안녕하세요. 컨셉진과 미션캠프의 프로젝트 기획 및 편집을 맡고 있는 편집장 김경희입니다.
김재진 전체 운영과 마케팅 부분을 맡고 있는 미션캠프의 대표 김재진입니다. 저희는 2011년에 연인으로 만나 2012년부터 지금까지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컨셉진’을 만들어 오고 있어요. 어느덧 10년이 다 되었네요.
미션캠프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인가요? 미션캠프라는 이름의 의미도 궁금해요.
김재진 미션캠프라는 이름이 생소하실 거예요. 이제 갓 세상에 공개된 브랜드거든요. 그동안 컨셉진 팀은 잡지 외 ‘컨셉진 스쿨’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프로젝트와 온라인 강의를 서비스해 왔어요. 미션캠프는 이렇게 파편화된 서비스들을 하나로 모아 8월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브랜드예요. 미션캠프는 ‘새로운 미션’을 통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자기발견 플랫폼’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쉽게 말하면 ‘부캐 플랫폼’이죠. 사진작가로, 에디터로, 친절한 사람으로, 건강한 사람으로도 살아 보도록 돕는 게 우리의 일이에요. ‘스키 캠프’는 놀이고, ‘영어 캠프’는 교육에 가깝잖아요. 하지만 둘 다 어떤 미션을 위해 생긴 모임이라는 점은 같죠.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롭게 배우고 경험하는 것들이 있고요. 우리가 생각하는 ‘새로운 미션’은 강의보다 재미있고, 놀이보다는 남는 게 있는 것들을 말해요. 그래서 ‘새로운 미션’을 통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모임이라는 의미로 ‘미션캠프’라고 브랜드명을 만들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컨셉진이라는 잡지를 통해 사람들의 일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 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서비스의 영역을 확장한 건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경희 서비스 영역의 확장이라기보다는 컨셉진의 다음 단계를 그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아요. 사실 저희는 처음부터 출판사를 표방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활동이 많이 위축되어 있지만, 예전에는 독자분들을 모셔서 컨셉진의 주제로 하루를 함께 살아보는 ‘컨셉데이’ 같은 활동도 많이 했죠. 저희가 컨셉진을 만드는 이유, 그리고 회사를 운영하는 이유는 콘텐츠를 통해 독자분들에게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데 있어요. 이번 한 달은 친절한 사람으로, 또 그다음 달은 건강한 사람으로 그리고 어떤 달은 살림을 잘하는 사람으로 살아보라고 말이죠. 그동안 이런 제안들을 ‘잡지’라는 매체를 이용해 전달했던 거고요. 9년 동안 컨셉진을 만들어 오면서 읽고 생각하는 콘텐츠뿐 아니라 직접 행동하게 하는 조금 더 적극적인 일을 해보고 싶다고 늘 생각했어요. 그걸 실현하는 컨셉진의 다음 단계가 미션캠프예요.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김재진 가장 큰 어려움은 경영적인 면에서 확실한 수익을 포기하고 불확실한 것에 도전해야 한다는 불안함이었어요. 대부분의 잡지사가 잡지만 가지고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예요. 그래서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콘텐츠 만드는 일을 부업 삼아 외부 브랜드 콘텐츠 제작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죠. 컨셉진 역시 그동안 이니스프리, 아리따움, 한화 라이프 플러스, 롯데 칠성 음료 등과 같은 많은 기업의 콘텐츠를 만들어 부족한 운영비를 보충했었고요. 지금은 어느 브랜드나 콘텐츠가 꼭 필요한 시대잖아요. 그러다 보니 저희 같은 매거진을 만드는 업체에게 일이 많이 몰렸어요. 우리 팀원 모두 열심히 한 덕분에 나름 이쪽 분야에서 인정을 받아 꾸준히 계약을 따내고 수익을 낼 수 있었고요. 그런데 적은 인력으로 컨셉진을 만들면서 외부 브랜드의 일도 하는 게 결코 쉬운 건 아니었어요. 그만큼 매달 바쁘고 정신없게 돌아갔죠.
맞아요. 잡지사의 일이 정신없긴 하죠(웃음). 그래서 외주 일을 멈추신 건가요?
김재진 주변에서는 오히려 돈 안 되는 컨셉진을 버리고 일이 몰리는 외주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많이 했어요. 그럼 투자를 해주겠다는 말도 여러 번 들었고요. 그러던 중 우연히 에디터스쿨 수강생의 남편인 박흥식 멘토님을 만나게 됐어요. 여러 스타트업 투자 경험이 있는 박흥식 멘토님과 자주 뵙고 이야기 나누며 그동안 저희가 그려오던 걸 실현해보고 싶은 용기가 생겼어요. 하지만 컨셉진과 외주 콘텐츠 제작을 하며 동시에 미션캠프까지 만드는 건 저희가 가진 인력과 자원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잃어야 한다는 말처럼,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해 그동안 잘해왔고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던 외주 제작을 잠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죠. 물론 그걸 한 번에 실현한 건 아니고, 컨셉진 스쿨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강의와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선보이며 가능성을 확인하고 최소한의 수익 구조를 만들며 도전할 수 있었어요.
대표님 입장에서는 큰 도전이었겠네요. 컨셉진에서 미션캠프가 되기까지 어떤 단계로 성장해 왔는지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김재진 10년이 다 되어가는 세월을 간단히 정리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웃음). 크게 나누면 슬로건의 변화로 설명할 수 있어요. 컨셉진은 2012년 모바일 앱으로 시작했어요. 이때 컨셉진의 슬로건은 ‘당신의 청춘이 조금 더 아름다워집니다.’였어요. 제가 서른, 편집장이 스물여섯이었기에 저희 같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시작한 잡지였죠. 그리고 다음 슬로건은 ‘당신의 일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집니다.’로 변화했어요. 이때부터는 조금 더 라이프 스타일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고요. 잡지에서 소개한 라이프 스타일 아이템을 직접 판매하는 ‘라이프 팩토리’라는 편집숍을 상수동에서 운영하기도 했죠. 독자분들의 도움으로 열게 된 매장인데 운영을 잘 못해서 크게 손해를 본 아픈 기억이 있어요. 그러고는 이니스프리를 시작으로 다양한 브랜드의 콘텐츠를 제작하며 성장해 왔어요. 지난해부터는 ‘컨셉진 스쿨’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강의와 인터뷰 프로젝트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021년 8월, ‘미션캠프’라는 브랜드로 리뉴얼했습니다.
약 10년 동안 꾸준한 변화와 성장을 해왔는데요. 이 과정에서 무너지지 않고 계속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재진 매 순간 스스로에게 질문했기 때문이에요. ‘컨셉진은 왜 필요할까?’ ‘우리 회사는 왜 이 일을 할까?’ ‘회사와 직원은 어떤 관계여야 할까?’ 이런 질문을 정말 매일같이 했어요. 같은 질문인데 시기와 저희가 처한 상황에 따라 계속 답이 달라지더라고요. 처음 컨셉진은 이십 대 중후반이 창간한 잡지였기 때문에 청춘의 고민을 담는 게 우선순위였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는 ‘청춘’이 무엇일까를 고민했어요. 결론은 ‘일상을 아름답게 살고 싶은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또 한동안은 일상을 아름답게 사는 라이프 스타일에 집중했죠. 지금은 일상이 아름답다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요. 저희가 찾은 답은 ‘나다운 일상’을 보내는 거예요. 그래서 나다운 일상을 보낼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고요. 결국 저희의 성장은 콘텐츠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이번 호 주제인 ‘질문’을 통해 성장한 거군요. 현재 미션캠프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김경희 그동안은 컨셉진 스쿨에서 진행하는 것들을 강의와 프로젝트 두 가지로 구별해왔어요. 미션캠프가 정식으로 오픈한 7월부터는 모두 ‘캠프’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어요. 일단 지금 기준으로 설명드리면 강의는 컨셉진의 신입 에디터 교육을 위해 탄생한 ‘에디터 스쿨’이 있어요. 그리고 독립 출판을 꿈꾸는 분들을 위한 ‘출판 스쿨’이 있고요. 프로젝트는 한 달 동안 매일 하나의 질문을 드리고 답을 하면 그걸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드리는 ‘인터뷰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매일 하나의 글감을 드리고 글을 쓰면 한 권의 에세이집을 만들어드리는 ‘에세이 프로젝트’가 있어요. 두 프로젝트는 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집중해 보는 프로젝트예요. 그리고 참여자가 한 달 동안 찍은 필름카메라의 사진을 한 장의 포스터로 인쇄해드리는 ‘클로즈업 프로젝트’도 있고요. 4주 동안 자기 삶의 한 문장을 찾아보는 ‘라이프 컨셉 프로젝트’도 있죠. 이중 약 4년 동안 3천 명 이상의 수강생을 만난 에디터 스쿨이 가장 애착이 가요. 다른 프로젝트들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지만 에디터 스쿨은 오프라인 수업이 있어 매주 토요일마다 얼굴 보며 함께했기 때문이죠. 좋은 곳으로 이직하거나 취업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분도 많아서 보람 있고요.
잡지를 만드는 일과 강의, 프로젝트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은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김경희 저희는 지금 하는 일들이 큰 틀에서는 모두 같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이렇게 살아보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드리는 일이죠. 다만 잡지는 읽고 생각하게 만드는 거라면 프로젝트는 생각하고 행동까지 해보게 만들어요. 생각을 넘어 행동을 유도하는 건 사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에요. 종종 좋은 콘텐츠가 뭐냐는 질문을 받는데, 저는 삶을 바꾸는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콘텐츠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행동하게 하는 거예요. 웃게 하거나, 울게 하거나, 희망을 품게 하거나, 다른 삶을 꿈꾸게 하거나 말이죠. 저희에게 컨셉진은 생각하게 하는 장치이고, 프로젝트는 행동하게하는 장치예요. 저희는 이 두 가지를 통해서 독자분들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나다운 일상을 찾게 돕고 싶은 거고요. 아무래도 행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생각해야 할 게 많아요. 일단 무엇 때문에 그 행동을 하지 못하는지 생각해야 하고, 그 행동의 성취감을 자극할 적절한 보상이 무엇인지도 기획해야 하죠.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어야 움직일 수 있어요.
컨셉진은 정기구독자분들에게 매일의 미션을 담은 ‘롤플래너’를 제공하고 있어요. 기존 잡지와 다른 방식의 시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재진 앞서 말했다시피 저희에게 잡지는 생각하게 하는 매체예요. 그런데 저희는 생각하는 것에서 나아가 생활하게 하고 싶어요. 저희가 미션캠프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변화하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컨셉진이 있어요. 오히려 컨셉진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컨셉진은 지금처럼 매거진 형태로 발행되겠지만, 여기에 한 달 동안 매일 컨셉진의 주제로 살아보게끔 미션을 수행하는 롤플래너와 커뮤니티, 그리고 그달의 주제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쿠폰 같은 서비스를 발전시켜 ‘먼슬리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선보이려고 해요.
컨셉진에도 ‘롤플래너’라는 미션을 도입했고, 회사 이름도 미션캠프예요. 미션을 도입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김경희 어릴 때부터 ‘미션’이라는 단어를 좋아했어요. 사람은 현재를 유지하려는 본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니던 길, 먹던 음식, 만나던 친구에서 큰 변화를 쉽게 만들지 못하죠. 일상이 아름답다는 건 나다운 일상을 보내는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럼 나다운 일상은 어떻게 찾느냐가 우리의 고민이었어요. 생각해보니, 역설적으로 나답지 않은 일상을 보내야만 나다운 게 뭔지 찾을 수 있다는 걸 알았죠. 새로운 것들을 자주 접해야 그중 무엇이 나와 맞는지 혹은 아닌지 알 수 있잖아요. 매일 같은 걸 반복하며 사는데, 내가 누군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래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에게도 약간의 숙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걸 저희는 ‘미션’이라고 부르는 거죠. 컨셉진 정기구독자분들에게만 드리는 롤플래너는 컨셉진의 주제로 매일을 살아볼 수 있게 구성한 미션 북이에요. 바쁜 일상에서 한 달 동안 30개의 미션을 모두 수행하긴 어렵지만 그중 몇 개라도 도전해보면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나를 만날 수 있어요.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들도 한 달 동안 해야 하는 일이 정해져 있고, 그걸 이루고 나면 작은 보상이 주어지는 미션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저희는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나를 만나는 즐거운 숙제를 드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개인이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분이 많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김재진 혼자서도 글을 쓸 수 있지만, 매일 하는 건 어렵잖아요. 그리고 자신의 글이 한 권의 책으로 돌아오는 경험도 흔히 접할 수 없죠. 필름 사진을 찍고 포스터로 만들어보는 클로즈업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예요.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싶지만 혼자서는 시도하기 어렵고, 꾸준히 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꾸준히 하고 나면 그걸 책으로 담아 드리거나, 포스터로 만들어 드리는 것처럼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보상과 성취감을 제공하죠. 무엇보다 저희의 프로젝트가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나다운 삶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많은 분이 함께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프로젝트만 해도 무작정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글을 쓰게 하니까요.
한 프로젝트에만 참여하기보다 기존 참여자가 다른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때 더 의미 있을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미션캠프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김재진 새로운 나를 경험하고 나다운 삶을 만든다는 가치가 나쁘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 우리가 추구하는 건 좋은 가치이고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좋은 가치와 의도에서만 머문다면 그건 사업이 될 수 없어요. 많은 브랜드가 저희와 비슷한 온라인 강의나 다양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저희의 프로그램을 계속 이용하게 하려면 남들보다 나은 점이 분명해야 할 거예요. 9년 동안 매달 컨셉진을 만들면서 저희의 주 독자분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서 콘텐츠화하는 기획 능력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미션캠프는 이제 막 시작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운영 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우선은 저희가 가장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부터 하고 있어요.
프로젝트를 하나씩 늘려나가고 있는데요. 미션캠프가 프로젝트를 만들 때 가장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김재진 진정성과 상업성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하고 있어요. 진정성은 말 그대로 ‘꼭 필요한 프로젝트인가?’를 생각하는 거예요. 이 프로젝트가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검증하는 거죠. 상업성은 수익을 꾸준히 내면서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프로젝트인가를 생각하는 거고요. 저희도 그렇지만 콘텐츠를 만들던 사람들은 진정성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요. 좋은 콘텐츠, 필요한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그걸 수익화하는 것에는 약해요. 그럼 결국 지치죠. 오래가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진정성과 상업성 두 가지를 모두 갖춰야 하더라고요. ‘우리가 해야 하는가? 이걸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기준을 통해 프로젝트의 실행 여부를 결정하고 있어요.
미션캠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주된 고객층은 누구인가요? 왜 그들이 가장 많이 참여한다고 생각하나요?
김경희 2030 세대가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취업을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는 게 자신과 맞는지 알고 싶고, 취업을 하고 나면 직장 생활만으로는 자신의 욕망을 모두 충족시킬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니까요. 그 런데 처음에는 2030 세대가 압도적으로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진행하다 보니 40~60대분들도 꽤 많이 참여하시더라고요. 이분들을 통해 ‘자기발견’은 평생 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가치관도 변하고, 가족이 생기기도 하고, 직장에서의 책임과 역할도 달라지니까요. 특정 연령대를 떠나 자신의 상황에 맞는 나를 찾고 싶은 욕망이 있는 거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참가자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김경희 건강이 안 좋으신 아버님의 이야기를 책에 담고 싶어서 인터뷰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분이 떠오르네요. 저희가 매일 드리는 질문을 병원에 계신 아버님께 대신 전달하고, 그 답변을 모아 아버님의 인터뷰집을 완성하셨는데요. 우리의 프로젝트가 한 사람의 인생과 가족의 소중한 결과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꼈어요. 그리고 클로즈업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포스터로 완성된 사진을 저희가 직접 액자에 담아 전달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사진 한 장 한 장을 보며 크게 감동하고 있어요. 이건 직접 보셔야 이해가 될 거예요. 전문 작가가 아닌 일반 참여자분들이 평범한 일상을 담은 사진인데, 보고 있으면 삶을 더 잘 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요.
지금부터는 이번 호 주제인 ‘질문’에 대해 좀 더 깊은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컨셉진을 통해 매달 새로운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어요. 단어만으로도 주제를 표현할 수 있는데, 질문 형식으로 잡지를 발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경희 질문으로 주제를 전하는 이유는 컨셉진은 정답을 알려주는 잡지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는 잡지이기 때문이에요. 이 잡지를 만들게 된 이유는 저와 김재진 대표가 취업을 준비하던 때 겪은 공허함과 좌절,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같은 세대와 나누며 조금이라도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어요. 그만큼 이 잡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독자의 눈높이에서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잘 알고 있어서 그 주제를 정하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독자분들과 함께 그 주제로 살고 싶어서 ‘우리 이번 한 달은 이렇게 살아볼래요?’라고 말을 거는 거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질문 형태로 주제를 정하게 됐어요.
컨셉진의 표지에 적힌 질문을 보고 뜨끔했다는 후기가 많아요. 그런 질문이 우리 삶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재진 질문들이 평범하기 때문이에요. 컨셉진의 매력은 평범한 일상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가령 질문이 ‘서핑의 매력을 아나요?’라면 혹할 순 있어도 뜨끔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데 ‘당신은 건강을 잘 챙기고 있나요?’ 같은 질문은 뜨끔할 수밖에 없죠.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는 건 다 알거든요. 하지만 안 하거나 못 하고 있죠. 컨셉진의 질문은 언제나 특별하지 않아요. 평범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와닿는 거라 생각해요. 물론, 평범하기만 하면 안 되고 삶에 꼭 필요한 질문이어야하겠죠. 이런 질문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결국엔 더 나은 삶을 살게 한다고 믿어요.
컨셉진의 질문을 만들기 위한 미션캠프만의 질문이 있나요?
김경희 컨셉진의 주제 질문을 만들기 위한 저희의 질문은 내용보다 방식이 중요해요. 그동안 컨셉진을 만들면서 다양한 주제가 나올 수 있었던 건 모든 팀원이 함께 주제를 고민했기 때문이에요. 보통 잡지에서는 편집부가 주제를 정하고 디자인이나 영업 파트는 참여하지 않아요. 하지만 저희는 처음부터 모든 팀원이 각자의 시각에서 주제를 준비해와요. 디자이너는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마케터는 마케터 입장에서 어떤 주제와 기사를 다루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고 회의를 준비해오죠. 그래서 컨셉진을 만드는 한 달 중 월초에 하는 주제 회의와 기획 회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회의에서는 ‘그래서 독자에게 뭘 전하고 싶은가? 독자가 어떤 한 달을 보냈으면 하는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해요. 이 질문에 가장 명확하게 답할 수 있는 주제와 아이디어가 선택되죠.
질문도 평소에 해본 사람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일상에 질문을 던지고 있는 두 분이 주실 수 있는 질문 잘하는 팁이 있다면요?
김경희 제가 에디터 스쿨에서 항상 강조하는 게 있어요. 언제나 ‘왜?’를 먼저 생각하라는 거예요. 다들 너무 당연한 말이라 쉽게 생각하는데 우리가 하는 많은 행동에 막상 ‘왜?’를 붙이면 생각보다 답하기 어렵다는 걸 아실 거예요. ‘왜 행복해야 할까? 왜 취업을 해야 할까? 왜 돈을 벌어야 할까? 왜 이 일을 해야 할까?’ 이 질문에 쉽게 답하실 수 있나요? ‘왜?’라는 질문은 본질을 향하고 있어요. 그래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답하기 어려워요. 외부 브랜드의 콘텐츠를 만들 때 첫 미팅을 하면 담당자분이 긴 시간 동안 어떤 일을 저희에게 맡기고 싶은지 설명해주세요. 그리고 그 설명이 끝나면 저희는 담당자분에게 ‘그래서 이건 왜 하시려는 거예요?’라는 질문을 해요. 담당자분의 긴 설명에는 주로 ‘어떤 것을 언제까지, 또 얼마의 비용으로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만 있거든요. 저희가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질문하면 의외로 명쾌하게 대답하는 분이 많지 않아요. 그만큼 우리는 평소에 ‘왜?’보다 ‘어떻게?’를 더 자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직장 상사가 일을 시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지, 왜 필요한 일인지는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를 먼저 파악해야만 거기에 맞는 적절한 방법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두 분께 ‘왜?’라는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미션캠프는 매달 새로운 사람이 되자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는데요. 우리가 매달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재진 이런 질문이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해요(웃음). 미션캠프의 본질을 설명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먼저 우리는 이미 항상 새롭게 변하고 있어요. 친구들 앞에서의 내가 다르고, 가족들 앞에서의 내가 달라요. 회사에서의 모습과 동아리, 동호회에서의 모습이 또 다르죠. 그래서 나답다는 건 한 가지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계속 변하고 있고, 지금 알고 있는 내가 전부도 아니에요. 많은 잠재력이 있죠. 결국, 새로운 순간을 경험하고 새롭게 발견하는 내 모습이 모두 나예요. 역설적이지만 매달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봐야만,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건 이런 의미예요. 지금 알고 있는 당신이 전부가 아니지만, 반복된 일상만 보낸다면 지금의 당신이 전부일 수도 있다….
두 분은 슬로건처럼 지내고 계신가요?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시는 게 있다면 알려주세요.
김경희 지난 9년은 컨셉진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매달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었어요. 콘텐츠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을 쉽고 빠르게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거예요. 독자분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일을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느끼고 깨닫는 건 이걸 만드는 저희일지도 몰라요.
김재진 콘텐츠를 만들며 간접적으로 보고 배우는 것들뿐 아니라 사무실 안에서부터 매달 변하는 컨셉진의 주제를 조금이라도 직접 함께 경험하려고 해요. 지난번 컨셉진의 주제가 ‘건강’이었는데 그 주제에 맞춰 매일 3시에 함께 영양제를 챙겨 먹는 ‘약 타임’을 진행했어요. 매일 3시가 되면 주번이 ‘모두 약 드세요!’라고 외치는 거예요. 그럼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약을 먹으러 가요(웃음). ‘재미’가 주제일 때는 팀원들이 돌아가며 하루 하나의 재미 요소를 만드는 날을 보내기도 했고요. 이런 식으로 컨셉진의 주제를 통해 매달 새로운 한 달을 살기 위해 작게나마 노력하고 있어요. 이런 저희의 경험이 미션캠프에서 만들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에도 반영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한 달을 살아보니깐 너무 좋았다, 그럼 그걸 독자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발전시키는 거죠.
‘나다움’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미션캠프인데요. ‘나다움’을 위한 미션캠프만의 문화나 방식이 있나요?
김경희 나다움을 찾거나 자기발견을 위해서는 ‘채우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직업이 비슷하겠지만 저희 역시 엄청나게 바쁠 때가 있고 조금 한가할 때도 있어요. 그중 잡지사는 매달 치르는 마감이 전쟁이나 마찬가지예요. 중간고사, 기말고사 같은 걸 매달 치른다고 보시면 돼요. 마감을 앞둔 잡지사의 풍경을 드라마에서도 많이 보셨을 거예요. 마감 일주일 전부터는 글 하나, 사진 하나를 더 나은 것으로 넣기 위해 모든 팀원이 늦은 시간까지 고민하죠. 저희도 2~3년 전까지는 야근이 잦았어요. 게다가 컨셉진뿐 아니라 외부 브랜드의 콘텐츠도 만들었던 터라 정해진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기 위해 계속 달렸죠. 잡지사에서 마감을 앞두고 야근하는 건 당연하다고들 생각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과연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는 뭔가를 전해야 하는 사람들인데 계속 이렇게 바쁘게 쏟아내기만 한다면 금방 텅텅 빈 사람들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죠. 그래서 마감이 끝나면 하루를 쉬는 마감 휴가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컨셉진을 오래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8월에는 컨셉진을 발행하지 않고 여름 방학 문화를 만들었어요.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2주 동안 여름 휴가를 다녀오는 거예요. 매달 하루의 마감 휴가와 1년 중 2주의 여름 휴가를 통해 채우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이 시간은 팀원 개인으로서도 나다움을 찾는 시간이지만, 팀 전체적으로도 우리다움을 찾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돌아가며 휴가를 다녀오면서도 회사 전체적으로 이 시간을 이용해 계속 개선점을 찾고, 컨셉진도 리뉴얼하거든요.
미션캠프라는 이름으로는 이제 첫걸음을 뗐는데요.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 미션캠프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요?
김재진 저희가 컨셉진과 외부 브랜드의 콘텐츠 제작 작업만 해왔을 때는 콘텐츠 만드는 것 외 운영에 있어 고민할 부분이 많지 않았어요. 크게 보면 콘텐츠만 잘 만들면 되는 일이었거든요. 하지만 컨셉진 외에 많은 분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하다 보니 생각지 못한 변수가 참 많아요. 고객 한 분 한 분의 상황에 따라 계속 다른 문제들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동안 저희 경험으로는 ‘그걸 언제, 누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같은 운영 매뉴얼과 시스템이 너무 부족했고 보완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인력도 더 충원해야 했고요. 그래서 지난봄에는 운영상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고객분들이 주시는 문의 사항에 빠르게 안내해 드리지 못해 죄송한 적도 많고요. 올 하반기는 미션캠프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만큼 운영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기획이나 콘텐츠와 함께 안정적인 운영, 이 두 가지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미션캠프가 될 테니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