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진 112호, 편집장 레터
약 20년 가까이 저의 뮤즈였던 분이 있습니다. 20대 초반, 우연히 싸이월드를 통해 알게 된 ‘또미 언니’는 헤어스타일부터 패션, 라이프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저에게 영감을 준 사람인데요. 얼마 전,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언니가 플리마켓을 연다고 하더라고요. 평소 언니의 스타일을 좋아했던 저로서는 너무 설레고 기대되는 시간이었죠.
플리마켓 당일, 현장에 도착하니 또미 언니 스타일의 옷과 신발, 액세서리들이 저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대형 스피커에서 빵빵하게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요. 신나게 쇼핑하고 계산하려는데, 계산대 앞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는 거예요. “DJ 앞에서 1분 이상 춤추면 만 원 DC.” 그러고 보니, 춤추고 할인받으려는 분들이 앞에서 기다리고 계시더라고요(인원이 어느 정도 모이면 다 같이 춤을 추는 시스템이었죠). 제 물건을 계산해 주려던 언니가, 갑자기 플레이리스트를 바꾸더니 그들과 함께 춤추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상황을 영상으로 촬영하며 구경했고요. 춤추는 분들을 한 분 한 분 눈에 담으며 ‘이분들은 이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앞에서 어쩜 저렇게 자연스레 춤을 출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감탄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분들이 입고 있는 옷부터 그분들의 생김새와 표정까지, 약간은 흐트러진 무드가 이 모든 상황과 잘 어울려 보였고요. 무엇보다 만 원 때문에 춤을 추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 상황을 누구보다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춤추는 것처럼 보였죠.
그런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내 앞에 있던 사람들은 저리도 자유롭고 자연스럽기만 한데, 나는 왜 이렇게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었을까? 나는 왜 이런 자리에서 즐기지 못하고 쭈뼛거리는 걸까…?’ 물론, 그런 자리에서 춤을 춰야 하는 게 당연한 건 아닙니다. 춤을 싫어하는 사람은 안 출 수도 있죠. 그런데 저는 춤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런 자리에서 춤추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하고는 싶지만 그게 생각처럼 잘 안되다 보니, 스스로도 답답하고 참 별로라고 느껴지는 거죠.
사실 요즘 저의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이 문제였어요. ‘편집장’이라는 딱딱한 타이틀 안에 나를 가둬 입는 옷도, 헤어스타일도, 하는 행동도, 뭐 하나 흐트러짐 없이 반듯해야 할 것 같다는 것. ‘편집장이니까, 곧 마흔인데 점잖게 행동해야지…’ 하는 생각의 갑옷이 저를 감싸고 있어 저런 자리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저는 딱딱한 편집장이 아닌, 좀 더 말랑한 편집장이 되고 싶거든요. 보이는 모습도 그렇지만, 이런 기회가 있을 때 자유롭게 춤출 수 있는 유연한 생각과 몸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죠.
그래서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어요. ‘편집장이니까’라는 딱딱한 갑옷을 벗고 말랑한 튜브를 타보려고요. ‘음악에 온전히 나를 맡기고 몸을 부드럽게 움직인다면, 몸도 생각도, 나아가 외모도 조금은 말랑해지지 않을까?’, ‘춤을 추는 사람은 왠지 어떤 상황에도 말랑하고 유연할 것 같다’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춤을 배워보기로 결심한 거예요. 그리고 오늘 아침 출근길에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했어요. 컨셉진 프리랜서로 일하는 이봄 에디터, 그리고 최모레 포토그래퍼와 돌아오는 주말에 뉴진스의 ‘Hype Boy’를 배우러 갑니다. 과연 춤을 통해 제가 조금이나마 말랑해질 수 있을까요? 근데 저 사실…, 이미 조금은 말랑해진 기분이 들어요. You're m~~~y chemical hype boy~♫
편집장 김경희
상품 일반정보
도서명 : 컨셉진
저자, 출판사 : 라이프 팩토리
크기 : A6
쪽수 : 230
제품구성 : 종이책
출간일 : 2012.08
ISBN 2288-8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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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진 112호, 편집장 레터
약 20년 가까이 저의 뮤즈였던 분이 있습니다. 20대 초반, 우연히 싸이월드를 통해 알게 된 ‘또미 언니’는 헤어스타일부터 패션, 라이프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저에게 영감을 준 사람인데요. 얼마 전,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언니가 플리마켓을 연다고 하더라고요. 평소 언니의 스타일을 좋아했던 저로서는 너무 설레고 기대되는 시간이었죠.
플리마켓 당일, 현장에 도착하니 또미 언니 스타일의 옷과 신발, 액세서리들이 저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대형 스피커에서 빵빵하게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요. 신나게 쇼핑하고 계산하려는데, 계산대 앞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는 거예요. “DJ 앞에서 1분 이상 춤추면 만 원 DC.” 그러고 보니, 춤추고 할인받으려는 분들이 앞에서 기다리고 계시더라고요(인원이 어느 정도 모이면 다 같이 춤을 추는 시스템이었죠). 제 물건을 계산해 주려던 언니가, 갑자기 플레이리스트를 바꾸더니 그들과 함께 춤추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상황을 영상으로 촬영하며 구경했고요. 춤추는 분들을 한 분 한 분 눈에 담으며 ‘이분들은 이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앞에서 어쩜 저렇게 자연스레 춤을 출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감탄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분들이 입고 있는 옷부터 그분들의 생김새와 표정까지, 약간은 흐트러진 무드가 이 모든 상황과 잘 어울려 보였고요. 무엇보다 만 원 때문에 춤을 추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 상황을 누구보다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춤추는 것처럼 보였죠.
그런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내 앞에 있던 사람들은 저리도 자유롭고 자연스럽기만 한데, 나는 왜 이렇게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었을까? 나는 왜 이런 자리에서 즐기지 못하고 쭈뼛거리는 걸까…?’ 물론, 그런 자리에서 춤을 춰야 하는 게 당연한 건 아닙니다. 춤을 싫어하는 사람은 안 출 수도 있죠. 그런데 저는 춤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런 자리에서 춤추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하고는 싶지만 그게 생각처럼 잘 안되다 보니, 스스로도 답답하고 참 별로라고 느껴지는 거죠.
사실 요즘 저의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이 문제였어요. ‘편집장’이라는 딱딱한 타이틀 안에 나를 가둬 입는 옷도, 헤어스타일도, 하는 행동도, 뭐 하나 흐트러짐 없이 반듯해야 할 것 같다는 것. ‘편집장이니까, 곧 마흔인데 점잖게 행동해야지…’ 하는 생각의 갑옷이 저를 감싸고 있어 저런 자리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저는 딱딱한 편집장이 아닌, 좀 더 말랑한 편집장이 되고 싶거든요. 보이는 모습도 그렇지만, 이런 기회가 있을 때 자유롭게 춤출 수 있는 유연한 생각과 몸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죠.
그래서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어요. ‘편집장이니까’라는 딱딱한 갑옷을 벗고 말랑한 튜브를 타보려고요. ‘음악에 온전히 나를 맡기고 몸을 부드럽게 움직인다면, 몸도 생각도, 나아가 외모도 조금은 말랑해지지 않을까?’, ‘춤을 추는 사람은 왠지 어떤 상황에도 말랑하고 유연할 것 같다’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춤을 배워보기로 결심한 거예요. 그리고 오늘 아침 출근길에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했어요. 컨셉진 프리랜서로 일하는 이봄 에디터, 그리고 최모레 포토그래퍼와 돌아오는 주말에 뉴진스의 ‘Hype Boy’를 배우러 갑니다. 과연 춤을 통해 제가 조금이나마 말랑해질 수 있을까요? 근데 저 사실…, 이미 조금은 말랑해진 기분이 들어요. You're m~~~y chemical hype boy~♫
편집장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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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컨셉진
저자, 출판사 : 라이프 팩토리
크기 : A6
쪽수 : 230
제품구성 : 종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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