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진 말고 외부 브랜드와 작업도 하시나요?"
안녕하세요. 컨셉진의 발행인 김재진입니다. 이 질문은 '컨셉진은 왜 이렇게 작게 만들었어요?'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들어본 질문 같아요. 우선 대답부터 드릴게요. "네 그렇습니다! 그것도 꽤 많이요!"
외부 브랜드와의 작업이 뭘까요? 쉽게 말씀드리면 외주 작업, 조금 있어 보이게 말씀드리면 '브랜디드 콘텐츠'라고 불리는 작업이죠. SNS 채널이 많아지고 힘을 얻으면서 브랜드가 더 이상 매체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매체가 되거나 콘텐츠를 만들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걸 '브랜디드 콘텐츠'라고 합니다. 이제는 너무 흔한 개념이지만 최근 2~3년 동안 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진 녀석이죠.
미디어 업계에서 브랜디드 콘텐츠가 중요한 이유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드릴게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돈' 때문입니다. 매체는 광고로 돈을 벌죠. 그런데 그 돈을 주는 광고주 (브랜드)가 매체를 생략하고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거예요. 매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작이라도 해야겠죠. '제작이라도'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콘텐츠 제작은 기존 매체가 가장 잘하는 일입니다. 그중 저는 잡지사의 능력을 가장 높게 생각합니다. 잡지사는 이미지, 글, 영상, 디자인 등 못하는 게 없거든요. (웃음) 거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지만 경험이 부족한 브랜드의 상황과 맞물리며 최근 잡지사들은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을 많이 하고 있어요. 주요 수익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저희는 그동안 루소의 10주년 브랜드북 '루소', 이니스프리의 웹진 '매거진 이니', 두피 브랜드 닥터포헤어의 단행본 '풍성하게 나이들기' 인테이크의 매거진 '인테이크'를 만들었고, 지난여름에는 행안부와 목포의 '괜찮아 마을'과 함께 국내 최초 섬 다큐멘터리 매거진 '매거진 섬'도 만들었어요. 올해부터는 한화 라이프플러스의 영상 인터뷰 시리즈 '라이프플러스'도 만들며 영상 작업도 하고 있고요.
사실 저희는 브랜디드 콘텐츠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에요. 제안이 온 것 중 저희 색과 맞는 것만 골라서 하거든요. 자신 없거나 재미없는 건 굳이 하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도움이 안 되니까요.
그동안 컨셉진에 대해서는 알릴 기회가 많이 있었지만 저희가 만든 브랜디드 콘텐츠에 대해서는 제대로 기록해두질 않아 항상 아쉬웠습니다. 저희는 사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작업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함으로써 저희 팀 내부 혹은 외부 팀과 더 많은 영감을 나눌 수 있다고 믿기에 이제부터라도 컨셉진 작업 일지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이니스프리 마케팅팀입니다. 저희가 웹진을...
2015년 겨울 이니스프리 마케팅팀으로부터 메일 한 통이 왔어요. 웹진을 만들려고 하는데 컨셉진 느낌이 좋아 만나보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사실 그 당시는 컨셉진을 이제 그만 만들려고 하던 때에요. 콘텐츠를 잘 만들 자신은 있는데 그걸로 돈을 벌 자신은 없었거든요. 2012년 여름 컨셉진을 창간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약 3년간 계속 적자만 봤기에 정말 정말 지쳐 있었죠. 저는 지금도 좋은 콘텐츠 = 수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콘텐츠는 그 자체만으로는 결코 수익이 되지 않아요. 수익은 콘텐츠를 담는 그릇에서 나오죠. 이것도 나중에 자세히...
이제 끝이구나 싶은 순간 국민 브랜드 이니스프리(제게 국민 브랜드의 기준은 시골에 계신 저희 부모님이 알고 계시나입니다. )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으니 믿기지 않았죠. 물론 기획 pt도 해야 하고 여러 과정을 거쳐야 했기에 우리에게 일이 주어질 거라는 실감이 더 안 났던 것 같아요.
그런데 놀랍게도 저희의 기획안이 통과됐어요! 지금도 신기해요. 손바닥만 한 잡지 하나만 만들던 저희를 이렇게 큰 기업이 선택했다는 사실이...
아무튼 저희는 이렇게 폐간을 고민하던 시기에 극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어 2015년 초부터 2016년 가을까지 이니스프리의 웹진 제작을 맡게 됩니다. 이 작업을 통해 저희도 상업적인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그 후로 여러 브랜드와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죠. 그래서 이니스프리 웹진 작업은 저희에게 너무나 소중한 프로젝트입니다.
이니스프리 웹진 제작에 있어 저희가 고민한 부분은 다양하지만 오늘은 그중 두 가지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미션 1. 모바일 최적화.
2015년은 이미 스마트폰이 활발히 보급된 때입니다. 웹사이트를 대부분 모바일로 접속한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죠. 이니스프리 역시 웹진이지만 기존 블로그 형태가 아닌 모바일에서도 잘 보이는 형태를 고민했어요.
한때 아이폰 뉴스가판대 1위를 기록한 컨셉진 전자책
그런데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는 사실 앱으로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잡지를 그대로 옮기는 아이패드 용이 아닌 아이폰, 안드로이드 폰 전용 앱진으로요. 2012년 여름 컨셉진 창간호부터 2~3년간 모바일앱 매거진을 만들어 봤기에 모바일 최적화는 이미 자신 있었어요.
저희의 해답은 카드 뉴스 + GIF 활용입니다. 지금은 흔한 구조죠. 당시로서는 굉장히 빠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 구조는 카드 뉴스 형태로 여러 장의 이미지를 옆으로 넘기면서 읽도록 구성했어요. 이렇게 구성하면 원본 이미지의 비율을 그대로 유지한 체 웹과 모바일 모두 한 번에 보여줄 수 있습니다. 웹과 모바일용 콘텐츠를 따로 디자인하는 방식도 고민했지만 저희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작업으로 다양한 곳에 활용하는 걸 선호합니다. 콘텐츠 제작은 저렴한 비용으로 여러 개 만들기 보다 제대로 비용을 사용해 잘 만들고 그걸 2~3차 가공해 여러 개의 결과물로 응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GIF 활용은 짧은 글도 지겨워하는 모바일 세대를 위해 고민한 부분입니다. 영상을 활용해 만들 수도 있지만 영상과 글은 역할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영상이 글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영상은 유혹하기는 쉬워도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을 더 수동적으로 만듭니다. 영상을 보는 동안 생각이 잠시 멈추죠. 반면 글은 끝까지 읽게 만들기는 어려워도 소비자를 훨씬 더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하죠.
하지만 글과 이미지만으로는 모바일 세대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적재적소에 GIF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아래는 뷰티 라디오라는 코너로 라디오 사연처럼 뷰티 고민이 하나 있고 그걸 해결하는 과정을 이미지와 GIF로 표현했습니다.
미션 2. 환경을 지루하지 않게 풀 것.
브랜디드 콘텐츠의 핵심이 뭘까요? 저희가 생각하는 건 브랜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비자가 듣고 싶은 방식으로 변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저희의 일이고 가장 자신 있는 부분입니다.
이니스프리는 제주와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입니다. 웹진에도 두 가지 요소가 들어가야 했죠. '제주'는 이미 핫한 소재라 쉬웠습니다. '제주'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합니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소재니까요.
반면 '환경'은 어렵습니다. 최근 일회용품 사용 규제, 미세먼지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지만 저희는 기본적으로 '환경'은 콘텐츠 소재로서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 =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 환경을 파괴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죠. 환경을 아끼고 지키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 점이 콘텐츠 소재로서는 큰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건 지루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지루한 환경 이야기를 통해 소비자가 반응하게 할까 고민했습니다. 저희의 결론은 환경 관련 핵심 이야기는 그대로 가져가되 표현 방법에서 재미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감성 화보 사진에 B급 환경 표어를 넣으면 이미지 한 장으로도 환경 메시지를 충분히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이렇게 한 장의 이미지로 메시지를 표현하고 옆으로 넘기면 관련된 퀴즈가 나오며 자연스럽게 환경 상식을 알게 되는 콘텐츠입니다.
덕분에 저희는 매달 환경 표어를 만들기 위해 고심했어요. 환경 표어는 초등학교(사실 저는 국민학교를 나왔어요...) 이후로 다시는 안 만들 줄 알았는데 말이죠. 아래에 몇 가지 결과물을 공유합니다. 이미지 한 장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다 전달되지 않았나요?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위험한 점이 '투머치'입니다. 브랜드는 이왕 비용을 사용해 제작하는 만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어 하죠. 하지만 소비자는 그걸 다 보기에는 너무 바빠요.
모델은 컨셉진의 에디터와 디자이너. 잡지사는 참 여러 일을 합니다. (웃음) 멋진 사진을 찍어준 박기훈 실장님께도 감사를!
여담이지만 당시 환경 표어를 만들기 위해 팀 단톡방을 열어 표어 공모전을 진행했어요. 아이디어는 한 방에 나오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생각을 더해가며 완성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재미있게 만들어야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온다는 생각으로 가장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낸 직원에게는 30분 지각권을 선물로 줬어요.
LED 표어도 한 번에 나온 게 아니에요. LED 사용해서 전기 아끼자는 기본 토대로 시작해 누군가 LED를 거꾸로 하면 DEL이라는 걸 발견했고, 마치 키보드 버튼처럼 디자인해 LED와 DEL만 강조하자는 의견으로 발전, 최종 표어가 완성됐죠.
컨셉진에서는 두 가지 글 공모전이 있다. 첫 번째는 ‘이니스프리 캠페인 슬로건 공모전’(이름이 너무 거창한 것 같다.) 우리가 제작하고 있는 ‘매거진 이니’ 중 하나의 기사인 이니 캠페인 포스터에 들어가는 표어를 모든 직원에게 공모를 받아서 만든다. 공모 당선 상품은 ‘30분 지각권’. 이 공모전에는 대표님이 유독 강세를 보이신다. 대표님이 선정되면 지각권은 사라지기 때문에 팀원 모두 열심히 머리를 굴려 가며 시도하고는 있지만, 역시나 쉽지 않다.
문재필 매니저 2017 5월 개념일기 중
이니프스리 웹진 작업 일지를 마치며...
이니스프리 웹진 작업은 저희에게 주어진 첫 번째 브랜디드 콘텐츠 작업이었기 때문에 유독 애착이 가요. 그때는 그게 브랜디드 콘텐츠인지도 모르고 만들었지만 말이죠. 이니스프리 웹진 작업을 하는 2년 동안 정말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니스프리 마케팅 팀원 분들이 어떤 제안이든 함께 고민하고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아낌없이 지원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좋은 결과물은 여럿이 마음을 하나로 합칠 때 나온다는 걸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