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위해 회고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 딜라이트룸 리드, 리즈/봄

미션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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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룸⟩ 

피플앤컬처 팀 리드, 리즈

프로덕트 디자인 팀 리드, 봄


1교시 수업으로 가득하던 대학교 3학년. 아침잠이 많아 기본 알람 앱을 끄고 다시 잠들기 일쑤였던 그때, 수학 문제를 풀거나 특정 물건을 촬영해야만 꺼지는 알람 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게 과연 내 잠을 깨울 수 있을까 싶었는데, 회고 를 주제로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그 앱이 <딜라이트룸>에서 만든 '알라미'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졸업 후 직장을 세 번이나 바꾸는 사이, 알라미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7,500만 건을 돌파했고, 알람 앱 카테고리 글로벌 1위에 올랐다. 딜라이트룸은 10년 동안 어떻게 이런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까?

에디터 진규리 포토그래퍼 박기훈





안녕하세요. 두 분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리즈 안녕하세요. <딜라이트룸>에서 피플앤컬처 팀 리드를 맡고 있는 리즈입니다. 저희는 구성원과 회사의 성장을 연결하고, 건강하고 즐거운 회사를 만들기 위해 사람, 문화, 제도 전반에서의 다양한 고민과 시도를 하고 있는 팀입니다.

봄 '알라미'를 통해 성공적인 아침의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있는 봄입니다. 저는 제품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 기획과 디자인을 담당하는 프로덕트 디자인 팀 리드를 맡고 있어요.


딜라이트룸은 어떤 회사인가요?

리즈 딜라이트룸은 글로벌 모닝 웰니스 앱'알라미'의 개발사예요 알라 미는 소리를 통해서 기상 시간을 알려주는 기본적인 알람과 다르게, 수학 문제를 풀거나 스쿼트 하기, 문장 따라 쓰기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야만 꺼지는 미션 알람 앱인데요 현재는 수면과 아침 분석 등의 기능들도 함께 제공하며 웰니스 서비스로서 확장하고 있어요. 아직 모르는 분들도 계시겠 지만, 스토어 평점 4.8에, 전 세계 97개국에서 알람 카테고리 부문 1위인 앱이랍니다. 누적 다운로드는 약 7500만 건이고, 월간 활성 이용자는 500만 명이 넘죠 2012년도에 론칭해서 올해 1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어요.


사실 기본 알람 앱만 쓰고 있어서 글로벌 1위가 우리나라 기업인 줄 몰랐어요. 알람 서비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리즈 IT를 전공했던 대표님이 대학생 시절 만드신 앱이에요. 대표님은 유독 아침에 일어나는 걸 힘들어했는데 우연히 해외 기사에서 '라모스'라 는 알람 시계를 봤대요. 주방이나 욕실에 둔 뒤, 알람이 울리면 키패드의 지정된 번호를 눌러야만 알람이 꺼지는 시계였는데, 몇 십만 원짜리인데도 불티나게 팔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크고 무거운 시계도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는 모습을 보면서 '모바일로 구현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된 서비스예요.


회사의 규모도 궁금해지는데요. 몇 분 정도로 운영되고 있나요?

리즈 아무래도 매출 규모가 크고, 이용자가 워낙 많다 보니 굉장히 큰 기업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요. 아예 외국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많고요 하지만 저희는 스물일곱 명의 소수 정예 전문가로 이루어져 있는 일당백 스타트업입니다.


대표님 혼자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스물일곱 명으로 늘어나기 까지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리즈 처음에는 제품에만 집중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대표님도 제품만 좋으면 다 될 거라는 생각이 있으셨대요. 그러다 조직 문화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왔어요. 제품이 성장하고 매출도 늘어나면서부터는 즐겁게, 오래 가기 위해 조직 문화가 필요해진 시점이 온 거죠. 4년 전, 제가 딜 라이트룸에 처음 입사했을 때도 회사의 비전이나 미션이 있었는데 구성 원들이 잘 모르더라고요. 그런 것들은 멋들어진 슬로건으로만 존재하잖아요. 이렇게 회사를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현재 상태를 인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회고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회고하는 문화를 강화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죠. 그 일환으로 딜라이트룸의 일하는 방식과 비전 등을 담은 컬처덱Culture Deck을 내기도 했고요. 조직 문화가 강화 되니까 점차 회사에 딱 맞는 핵심 인재들이 합류하게 되면서 인재 밀도가 높아지더라고요. 흔한 말이지만 개인의 성장이 조직의 성장으로 연결되는 걸 실감한 덕분에 지금도 그 문화를 잘 지키려 하고 있어요.






그럼 딜라이트룸에는 어떤 회고 문화가 있는지 설명 부탁드릴게요.

리즈 첫 번째로 '쁘미 리뷰'가 있는데요. 저희 사명인 딜라이트룸의 딜 라이트'가 기쁨이라는 뜻이잖아요. 이름이 너무 거창하면 직원분들에게 심리적인 허들이 생길 것 같아서 '쁘미'라는 애칭을 붙이게 되었어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익명의 서베이인데, 나와 내 팀, 그리고 내 회 사라는 세 가지 섹션에 대해 분기마다 질문을 드리고 있어요. '나는 성장 하고 있거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팀 내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비전을 이해하고 있다." 등 구체적인 질문 40여 개로 구성되어 있죠. 이후 전사에 결과를 공개하면서, 만족도가 높게 나오는 항목의 이유나 다음 분기에 조금 더 신경 써야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또한 4개월마다 함께 일한 동료와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피어 리뷰가 있는데요. 기명으로 받을 때도 있고 익명으로 받기도 하면서,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인지는 계속 시도해 보고 있어요. 

봄 반기에 한 번 팀원들이 리더에게 피드백을 진행하는 리더십 리뷰도 있어요. 사실 '리더십 리뷰'라고 하면 어떤 피드백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저희 회사의 핵심 가치와 인재상에는 리더십에 대한 기준도 있기 때문에 그 기준에 맞춰 질문하면서, 고마운 점이나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이 외에도 개인적인 피드백은 주기적인 1:1 리뷰로 진행하고 있고요.


정말 다양한 리뷰가 있네요. 저는 리더십 리뷰가 조금 새롭게 느껴졌어요. 사실 리더분들이 피드백을 받는 게 편치 않은 일이잖아요. 두 분도 리더로서 평가를 받으실 텐데, 기분이 어떤가요?

봄 대체로 감사한 말들이 많지만, 아무래도 아픈 말도 있죠. 하지만 리더로서 그런 피드백을 받는다는 게 굉장히 귀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말을 해주시는 것 자체가 저와 같이 일하고 싶다는 애정인 거라, 그런 부정적인 의견들도 내가 더 성장하라고 해주시는 말씀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많이 수용하고 있어요.

리즈 제가 생각하는 저랑 팀원들이 보는 제가 다르더라고요(웃음). 제 입장에서는 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또 리더가 팀원한테 피드백 주는 것도 조심스럽지만, 팀원이 리더한테 주는 건 조금 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는데, 봄 님이 얘기한 것처럼 그럼에도 용기를 내서 애정으로 주신 거잖아요. 팀원분들과 더 자주 이야기를 나눠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리더십 리뷰는 반기에 한 번 하는 리뷰라, 중간 중간 해소하실 수 있도록 먼저 여쭤봐야겠다고 생각했죠. 6개월이나 참았다가 이야기하게 하면 안 되잖아요(웃음).


피어 리뷰도 말씀해 주셨는데, 동료들끼리 피드백을 주고 받는 게 껄끄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팀원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렵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이미 2주 단위로 집중했던 작업을 돌아보는 스프린트 회고나 1:1 리뷰를 통해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게 익숙하다 보니까 조금 어려운 말도 용기를 내서 해주시는 부분도 있고요. 만약 용기가 잘 안 난다면 또 다른 팀원에게 찾아가서 '이런 얘기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냐.'라고 물으면서 조언을 받기도 하더라고요.


피드백이 너무 당연한 문화이다 보니, 처음 입사해 리뷰를 어려워하던 분들도 딜라이트룸에서 일하다 보면 달라질 수밖에 없겠네요.

리즈 맞아요. 그래서 새로 오시는 분들이 이 문화에 잘 적용해 성장하 실 수 있도록 온보딩 과정에 굉장히 신경 쓰고 있어요. 처음에 입사하시면 전사적으로 회고하는 타운홀 미팅 때 무조건 '나 사용법'을 발표하게 되는데요 각자의 MBTI와 함께 나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피드백은 어 떤 방식으로 주는 걸 좋아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서로에 대한 인지를 높인 다음 내적 친밀감을 형성하게 해드리고 있어요. 그럼 리뷰 문화에 조금 더 자연스럽게 녹아드시더라고요. 실제로 유의미하고 솔직한 피드백을 받아보는 경험을 하게 되면, 리뷰 문화에 대한 안정감이 생겨서 점차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나 회고하는 근육들이 길러지는 것 같아요.





회고 문화를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리즈 회고는 '성장을 위해 뭐가 필요하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어요. 딜라이트룸의 코어는 '성장'인데요. 성장을 위해서는 우리의 현재 상태부터 알아야 하는데, 이는 회고를 통해서만 알 수 있잖아요. 내가 신뢰 하는 동료의 피드백을 통해 내가 못 보는 부분까지 성장시킬 수도 있고요. 딜라이트룸은 '이 정도면 됐지' 하며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지향하는 조직이다 보니, 필수 불가결하게 회고와 피드백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선순환이 일어났던 것 같아요.


오랜 시간 회고를 해오면서, 회고 문화에 있어 변화 과정이라든지 시행착오 같은 것도 있었나요?

리즈 소규모일 때는 말초까지 다 닿아있을 정도로 가깝잖아요. 그래서 초기에는 전 직원이 모여서 공개적으로 잘잘못을 이야기했었어요. 그때는 극단적인 솔직함'이라는 게 유행했었는데요(웃음). 사람마다 정서가 다르다 보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죠. 돌아보면 서로를 위해서 솔직함이 필요했던 거지. 극단적'이라는 형식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조금씩 진화했던 것 같아요. 존중과 배려를 기본적인 태도로 삼게 됐죠. 회사의 규모가 조금씩 커지면서부터는 회고를 각 조직의 성격에 따라 커스텀화하고, 전사 타운홀 미팅도 놓치지 않으면서 발전해 왔어요.


인터뷰를 준비하다 보니까 '회고 문화에 대한 회고도 이루어지고 있나?' 하는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웃음).

리즈 물론 있죠 아까 말씀드렸던 '쁘미 리뷰' 항목 중에, 회고 문화에 대한 회고 항목이 있어요. 지금의 회고 문화가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이 회고가 성장에 도움이 됐는지 평가해 보는 거죠 예를 들 어 서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때 조금 방어적이라고 느껴졌다는 의견이 있으면, 방어 기제를 낮추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 해요. 이런 식으로 회고에 대한 회고로 의견을 받고 있죠.





이렇게 리뷰를 계속 남기고 공유하려면 관련 툴이나 프로그램도 중요할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을 사용하고 있나요?

리즈 예전에 레몬 베이스 같은 리뷰 툴을 도입해서 써보려고 했던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회고를 진행할 때는 진솔함을 서로 나눠야 하기 때문에, 저희는 가급적 직접 만나서 공유하고 있어요 사실 제일 중요한 건 회고를 하는 목적이지, 이게 얼마큼 쉽고 효율적인 방법인지는 부차적인 문제니 까요. 회고할 때 있었던 일을 바로 생각해 내기 어려우니까 노션이나 스프 레드시트를 활용해서 기록하고, 나중에 데이터화할 때 활용하는 보조적인 용도로만 툴을 쓰고 있어요.


회고 문화가 정착되려면, 무엇보다 소통이 자유로워야 할 것 같은데요. 이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요?

리즈 Do와 Don’t를 정해놓지 않았어요. 최근에, 팀 회식은 한 달에 몇 번을 해야 하냐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우리의 결론은 그걸 왜 정해야 하는가였어요. 우리 모두를 위한 거라면 재량껏 해도 된다는 정도의 상호 믿음이 있으니까요. 1년에 두 번 정도 오후 시간에 다양한 활동을 통해 친 목을 도모하는 '해피 아워'도 꼽을 수 있겠네요. 한 달에 한 번 '콜라보 런치'를 통해 직원들 간 스킨십도 늘리고 있고요. 하지만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서 특별히 노력하고 있지는 않아요.


회사 자체가 자유롭다 보니까 "편하게 말해봐"라고 굳이 강요 할 필요가 없겠네요. 그런데 이렇게 정기적으로 회고를 하다 보면, 업무에 우선순위가 밀릴 때는 없나요?

봄 그런 경우는 없는 편이에요. 일단 업무를 할 때 저희에게 제일 중요한 건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인지'인데요. 가끔 업무에 집중하다 보면 폭주 기관차처럼 주변을 못 보고 지나칠 때가 많잖아요. 그러다 보면 잘못 된 판단을 한다거나 비효율적인 행동들을 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럴 때 나와 우리 팀의 상태가 지금 어떤지 체크해 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업무보다 우선순위가 더 높죠. 오히려 바쁠 때 "우리 잠깐 미팅 한번 하고 갈까요?"라고 하는 편이에요.

리즈 회사 내 유행어가 있어요. 문제가 생겼거나, 협업했는데 뭔가 찜찜하다 싶으면 "이거 회고 맛도리다." 혹은 "회고 맛집이다."라고 하는 거죠(웃음). 회고할 게 많으면 오히려 좋다고 받아들여요 이제는 문제가 발생해도 회고로 승화하는 경지에 이른 것 같아요.


'회고 맛도리'라는 표현이 너무 귀여워요(웃음). 혹시 일정 기간 특별한 변화가 없어서 할 말이 없는 경우는 없었나요?

봄 그럴 때는 보통 할 얘기가 없다기보다 기억을 못 해서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기록을 많이 해놓는데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기록해 두었다가 회고 시간에 객관적인 사건을 하나씩 꺼내서 그때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나눠요. 사건 하나만 있어도 이야기할 거리가 많아지거든요. 할 얘기가 없다는 분에게 "저번에 이 사건에 대해서 저는 좀 찝찝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어보면 그때부터 물꼬가 터 져요. 그래서 항상 구체적인 사건을 제시해 드리는 편이에요 리즈 할 말이 없다는 건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뜻일 수도 있어요 사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할 말이 없겠어요(웃음). 업무가 드라마틱하게 바뀐다거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가 아니더라 도 할 말은 얼마든지 있거든요 갑자기 업무에서 오류가 생긴다면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번뇌 때문일 수도 있는데요. 그럴 때 요즘에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뭐냐, 가장 많이 드는 걱정이 뭐냐 이런 식으로 묻다 보면 결국 여러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두 분만 보더라도 회고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를 것 같은데, 리더 별로 회고의 스타일이 달라지기도 하나요?

리즈 아무래도 리더의 성향에 따라 다르긴 하겠죠. 그런데 보통 리더 보다는 팀원의 성향을 더 많이 따라가요. 아무래도 피드백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어야 하니까, 팀원들에게 맞는 언어나 방법이 뭔지 더 많이 고민하는 것 같아요. 리더들끼리 대화할 때도 "이 팀원은 이렇게 얘기할 때 조금 더 진솔한 속마음이 나오더라."라는 이야기를 공유하거든요.

맞아요. 평범하게 회의실에서 얘기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과는 회의실에서 진행하고, 콧바람을 쐬고 싶어 하시는 분들과는 산책로를 걷는다든가 카페를 가요. 좀 더 깊은 얘기를 하고 싶다고 하면 저녁에 맥주 한잔을 하기도 하고요.


이야기를 들으니 두 분이 진행하시는 1:1 회고도 궁금해져요.

봄 저는 보통 감정 키워드를 물어보는 편이에요. 그게 만약 불안이나 걱정이라면, 그 감정을 야기했던 사건을 역으로 추적하기도 하고, 먼저 떠오르는 사건이 있는지 여쭤봐요 자기 감정을 알아야 상황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리즈 예를 들어 저는 "요즘에 너무 늦게까지 있던데 왜 그러는 거야? 누가 못 살게 굴어? 누구야"라고 가볍게 묻기도 하고요 "저 요즘에 너무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책을 한 권 읽고 있어요. 제가 이 책 다 읽으 면 공유해 드릴게요. 우리 같이 한번 회고해 봐요 "라면서 제가 겪고 있는 문제를 먼저 꺼내기도 해요. 또 그랬구나."라고만 하기보다는 "그렇게 느꼈을 때 저번이랑 뭐가 달랐던 것 같아요? 그랬을 때 원래는 무슨 말이 하고 싶었어요?"라면서 질문하곤 하죠.


딜라이트룸에 오은영 박사님이 계신 것 같은데요(웃음). 딜라이트룸의 또 다른 문화인 '리즈닝'이 리즈 님의 닉네임에서 따온 거라면서요?

리즈 맞아요(웃음), 리즈닝은 저와 11로 한두 달에 한 번 커피나 맛있는 디저트를 먹으며 하는 캐주얼한 회고예요. 많은 회사들이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사실 직원이 먼저 "저 문제 있어요."라고 손들기는 쉽지 않잖아요. 저는 직원분들과 소통하면서 안정감을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팀 내에서 리더와도 이야기를 나누시겠지만, 그 관계에서 100%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리더는 나의 평가권자이자 팀의 의사결정권자이니까요. 이런 사각지대를 커버하고 싶어서 리즈닝을 시작하게 됐어요.


HR팀장님과 1:1 회고라니, 자칫 형식적인 면담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리즈 처음엔 저도 고민이 많았어요. HR이 회사의 편에 있다고 생각하셔서 소통에 허들이 생기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자칫하면 회사에 찍힌다 거나, 인사고과에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셔서 억지로나 형식적으로만 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도 됐고요(웃음). 그래서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 고자 노션으로 직접 리즈닝 페이지'와 그 안에 셀프 체크인 항목을 만들었는데, 이 페이지가 내 공간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직원분들의 특징에 맞게 하나하나 커스터마이징했어요. 예를 들어 이름이 '수Sue'인 직원분이 있다면, 타이틀을 '신의 한 수라고 짓는 식이죠(웃음). 리즈닝을 진행한 지 벌써 4년이 됐는데요. 리즈닝이 기다려진다는 분들을 보면, 작은 도움 이 되는 것 같아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프 체크인 항목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리즈 건강 상태와 개인적인 관계, 동료와의 관계, 리더와의 관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질문들이 있어요. 그리고 업무와 성장에 대한 만족도를 10점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도록 해요. 이때 먼저 해야 할 건 나에게 10점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조율하는 거 예요. 내가 아주 건강할 때 7점을 주는 분들이 있고, 5점을 주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먼저 서로의 점수에 대해 정의하고 들어가면 소통이 한결 수월하겠네요. 그런데, 팀 리더로서 팀원들과 회고할 때 칭찬하는 피드 백은 문제가 없겠지만, 부정적인 피드백을 전하거나 전해 들을 때 면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봄 처음 리더가 됐을 때, 피드백해 드리는 게 너무 어려운 거예요 팀 원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조금 덜 아프게 객관적인 팩트를 전달할 수 있을 까 고민하다가, 극본을 쓰듯이 대사를 썼어요(웃음), 리즈를 앞에 앉혀놓 고 대사를 연습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런 연습이 통하지 않을 때도 많아 요 저는 되게 강하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는데, 받은 사람은 아무런 피드 백도 못 받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목소리의 톤이나 높낮이를 활용해서 '내가 지금 당신에게 정말 진중하게 이야기하는 중이야.'라는 비언어적인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는 것도 배웠죠 부정적인 피드백은 줄 때나 받을 때나 늘 어려운 것 같아요. 남들이 보는 제가 몰랐던 저의 객관적인 모습들을 마주할 때도 좀 아파요. 그래도 "맛도리가 또 생겼네?" 하면서 좋게 생각하려고 하죠(웃음).





들을수록 조직 문화가 굉장히 건강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실 회사라면 당연히 이런 문화를 지향하려고 하지만 잘 안되잖아요. 이렇게 건강한 회고를 위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있을까요?

봄 저는 일단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의 기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해요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했던 상황이나 환경적인 요인이 뭐였을지 먼저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죠. 저도 사람이라서 감정적으로 욱할 때도 있지만,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과 결단을 했을까?'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그게 잘 안되면 직접 가서 그 상황을 물어보기도 하고요.

리즈 가끔 입사 초기인 분들과 회고하다 보면, 자기반성과 자책에 빠진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하는 회고의 목적은 성장이지 평가가 아니 거든요 자기 객관화를 통해 메타 인지하는 건 좋지만,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가 더 중요하죠. 그래서 회고의 목적에 대해 이해하는 게 먼저였 던 것 같아요. 또 저희는 사실이 아니라, 혼자만의 추측으로 판단하는 걸 극 지양하고 있어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감수하고 용기를 내는 게 서로를 위 한 애정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친구끼리도 애정이 없으면 머리 스타일이 정말 별로여도 그러든지 말든지 하지만, 진짜 아끼는 친구라면 "너는 이 머 리보다 다른 스타일이 더 잘 어울려."라고 솔직하게 말해 주잖아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매일 회고하다 보면 습관이 될 것 같은데요. 두 분은 4년이 넘게 회고하며 개인적으로 성장한 경험이 있나요?

봄 개인적으로 회고 문화를 통해 두 가지 변화를 겪었어요 첫 번째 는 일기를 쓰게 된 건데요. 아침마다 일기를 쓰면서 그 속에 있는 것들을 다 꺼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두 번째는 상대를 통해서 저를 객관적으 로 보려고 하는 거예요. 셀프 회고를 하지만, 혼자서는 잘 못 보는 부분이 있거든요. 제3자가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고 말해주는 것들이 저를 성숙하 게 하는 좋은 요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스스로 객관화가 어려울 때면 옆에 있는 동료를 찾아가서 제 모습이 어땠는지를 물어보고 있죠.

리즈 저는 정신적으로 건강해졌어요. 파편적으로 느껴지는 불안한 감정이나 생각들은 꺼내지 않고 수면 아래에 뒀을 때 더 힘들어지는데, 회고 하면 조금 더 건강하게 필터링할 수 있어요. 감정이 명확해지면 앞으로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고, 필요하다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죠. 이렇게 회고를 통해 정리가 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건강해진 게 개인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성장이었던 것 같아요.


회사의 회고 문화가 두 분 개인의 성장까지 이끌었네요. 앞에서 줄곧 회고의 좋은 점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다시 한번 정리해 볼게요. 일에 있어 회고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봄 회고하는 이유는 객관적인 자기 인지를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다만, 처음에는 나를 마주하는 게 힘들 수 있어요. 스스로 하기 어렵다면 타인과 함께 해보면서 항상 자기 모습을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주한 뒤, 인지해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두 분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분들도 회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실 것 같은데요. 딜라이트룸처럼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회고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회사 상황에 따라 적용하기 힘들 수도 있 잖아요. 가볍게 시도해 볼 만한 회고법이 있을까요?

리즈 본인이 팀원이든 팀장이든 상관없이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1:1 미팅을 제안해 보시길 추천해요. 미팅을 위해 회고를 하게 될 수밖에 없고,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을 거예요 봄 저는 미팅 시작 전에 체크인을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잠깐의 체크인 덕분에 그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고, 또 체크하면서 스스로 회고해 보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미팅 시작 전에 0부터 10까지 숫자를 세워서 나의 상태에 대해 정량적인 답변을 받아본 뒤에, 왜 그런 숫자가 나왔는지에 대해 정성적인 것까지 묻는다면 좀 더 의미 있는 회고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 본 기사는 컨셉진 106호 '당신은 회고를 하고 있나요?' 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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