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도 외국인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FIP⟩ 운영사 엔코위더스 대표, 오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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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교환 커뮤니티 ⟨FIP⟩ 운영사 엔코위더스 대표, 오정훈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아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FIP〉의 커뮤니티에 들어서자,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이 생각났다. 한 가지 주제로 각국을 대표하는 외국인 패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게 재밌어 한 회도 빠짐없이 챙겨보곤 했다. 그때 내가 가장 부러웠던 사람은 MC를 맡았던 유세윤. 사석에서도 알베르토, 다니엘 같은 외국인 패널들과 만나며 언어와 문화를 한 번에 배우는 게 참 즐거워 보였다. 하지만 영국, 미국, 러시아,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모인 FIP에서라면, 더 이상 그가 부럽지 않을 것 같다.

에디터 진규리 포토그래퍼 황지현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외국인과 한국인이 함께하는 언어 교환 커뮤니티 〈FIP〉을 운영하고 있는 엔코위더스 대표 오정훈이라고 합니다.


〈FIP〉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려요.

FlIP은 '프렌드십 인 플렉스Friendship in Plex'라는 뜻이에요 여기서 '플렉스'는 저희 공간의 이름을 말해요. 엔코위더스는 쉐어 하우스나 오피스텔 같은 시설들을 운영해 오다가, 2022년 6월에 외국인과 한국인이 함께 거주하는 전용 코리빙 건물 '엔코플렉스'를 론칭했는데요. FIP은 이 공간에서 '외국인과 한국인이 언어와 문화를 교류해 보면 좋을 것 같다.'라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된 서비스예요.


다른 언어 교환 서비스들을 찾아보니 한국인 비중이 높은 모임이 많더라고요. FIP에는 다양한 국적과 직업의 외국인 비중이 더 높던데, 외국인이 거주하는 레지던스 시설 덕분이겠죠?

네, 맞아요. 엔코플렉스는 17층짜리 건물인데요. 2~3층은 FIP을 진행하는 커뮤니티 공간, 3~17층은 외국인들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 레지던스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래서 레지던스에 거주하는 분들이 내려와 참여하는 밍글링Mingling 타임에는 더 많은 외국인을 만나볼 수 있죠. 이외에도 전국에 3,000명이 넘는 외국인 네트워크와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는 데요. 외국인분들께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국인 풀Pool이 넓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한 건물 안에서 다양한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다니···, 어떻게 이런 서비스를 만들게 된 거예요?

예전에는 영어를 가르치며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방문하던 외국인이 많았다면, 지금은 한국인과 우리 문화 자체를 알고 싶어서 오는 분들이 훨씬 많아졌어요. K-팝, K-드라마, K-영화까지, 세계적으로 K 문화가 핫하잖아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어를 배우고, 외국 문화를 접하기 위해 매년 8만 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해외 유학과 어학연수를 떠나고 있어요.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외국 친구들은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한국 친구를 만들기 위해 한국에 오고 있는데 정작 한국인들은 해외로 나가고 있으니까요. ‘이 두 집단이 만나서 언어와 문화를 교류할 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FIP이라는 서비스의 출발이었어요.


'언어 교환'이 생소하신 분들도 있을 텐데요. FIP에서의 언어 교환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FIP의 언어 교환은 하나의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인데, 엔코플렉스 답십리점에서 화, 목, 토 진행되고 있어요. 참여자들은 정해진 요일에 주 1회 참여하게 되는데요. 외국인 리더 1명과 한국인 멤버 3~4명이 한 그룹으로 커리큘럼을 진행해요. 저희는 영어를 공부한다, 배운다'라고 표현하지 않는데요. 그런 만큼 리더들도 선생님이 아니라 '친구'로서 다가가고 있어요. 언어 교환 커리큘럼의 경우는 웜업Warm-up, 미니 액티비티Mini Activity, 익스프레션Expression, 메인 액티비티Main Activity, 피드백Feedback 이렇게 다섯 단계로 구성되어 2시간 동안 진행되고 있고요. 이후 1시간의 밍글링 타임Mingling Time이 진행됩니다. 맥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보다 편한 분위기에서 레지던스에 거주 중인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꽤 긴 시간 동안 이야기하려면 주제 선정이 매우 중요할 것 같은데요. 그간 어떤 주제들을 다루셨나요?

사랑의 언어, 소셜 미디어 라이프, 사춘기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주로 콘텐츠 마케팅을 담당하는 직원이 매주 주제를 선정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FIP에 참여하는 멤버분들이 MZ세대이기 때문에, 트렌드를 잘 알고 있으면 더 풍성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거든요. 이뿐만 아니라, 외국인 리더들과 한국인 멤버들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면서 다음주 커리큘럼에 바로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흥미로운 반응이 있던 주제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MBTI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던 게 가장 먼저 기억이 나네요. 우리나라 사람은 MBTI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외국인들은 잘 모르거든요. 그럼 한국인분들이 T와 F에 대해 열을 올리며 설명해 줘요(웃음). 또 연애를 주제로 다룬 적도 있었는데요. 한국인들은 상대방을 조금 더 케어해 주는 경향이 있고, 외국인들은 조금 더 쿨하고 자유롭게 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일상적인 주제를 다루다 보면 "너는 어때?", "너희 나라는 어때?"라고 물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물꼬가 터지더라고요. 덕분에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친구들이 하나가 되고, 문화까지 교류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화적인 차이도 느껴지나요?

얼마 전에 '꼰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어요. 우리가 '아재 개그'라고 부르는 것들을 영미권에서도 아빠 개그라는 뜻의 '대드 조크Dad Joke'라고 부른대요. 그런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리더들만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외국인들은 시큰둥한 리액션을 자유롭게 하더라고요. 한국인들은 부장님 앞에서 맞춰주는 경향이 있잖아요. 이렇게 일상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외국인들은 자신이 느끼는 대로 우리보다 훨씬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 봤을 외국인 친구와의 대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재미뿐만 아니라, 실제로 영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있나요?

제가 생각하기에 영어를 가장 효율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영어를 쓰는 환경에 최대한 많이 노출시키는 거예요. FIP 언어 교환 멤버십 서비스의 경우 주 1회 언어 교환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이 직접 호스팅하고 참여하는 다양한 게더링과 정기적으로 모이는 커뮤니티 데이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MZ 세대들이 흔히 하는 트렌디한 활동들을 외국인과 한국인이 모여 함께 하는데,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보드게임 카페에 가기도 해요. 어떤 의무를 가지고 참여하는 게 아니라 한국에 온 일반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호스팅하는 거예요. "나도 한국인 친구와 이런 활동을 같이 해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요. 이렇게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외국인들과 만나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드리다 보니, 해외 연수에 나가는 것 못지않게 영어를 접하고, 배우고, 말할 수 있는 거죠. 일주일에 한 번 언어 교환을 해도, 원한다면 언제든지 추가적인 활동에 참여할 수 있으니까요.


게더링과 커뮤니티 데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게더링은 번개, 커뮤니티 데이는 정모 같은 느낌으로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요새도 번개나 정모라는 말··· 쓰죠(웃음)? 게더링은 정말 캐주얼하게 일어나는 모임이에요. "오늘 우리 전시회 보러 갈래?", "한강에서 치맥 할 건데 올 사람!" 하면서 친구들을 모으는 거죠. 주로 외국인들이 호스팅을 하고 있는데 FIP 멤버들도 직접 호스팅할 수 있어요. 이렇게 외국인, 한국인 구분 없이 편하게 모이는 걸 게더링이라 봐주시면 됩니다. 커뮤니티 데이는 정기적인 액티비티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엔코플렉스 공간을 활용해서 매월 파티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달에는 '오피스'를 테마로 각자의 부서를 정해 오피스 룩을 입은 채로 파티를 진행하기도 했었어요. 이렇게 저희가 직접 테마를 기획해 한국인과 외국인 멤버들을 초대해서 진행하는 이벤트를 '커뮤니티 데이'라고 불러요. 지금보다 한국인 멤버들이 더 많아지면, 캠핑이나 서핑 투어 같은 큰 규모의 액티비티도 진행할 예정이에요.


오피스룩을 갖춰 입은 파티라니, 상상만 해도 흥미진진한데요? 이렇게 테마를 정하고 언어를 교류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요?

특별한 테마나 구성 없이 무작정 외국인들을 만났을 때는 할 수 있는 대화가 한정적이잖아요. "Where are you from?"이나 "What is your major?"라고 묻고 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지고요. 그런데 FIP은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고 매월 새로운 테마를 짜다 보니, 새로운 상황이 계속해서 생길 수밖에 없어요. 얘기할 수 있는 주제가 굉장히 다양 해진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외국인과 한국인을 잇는 서비스를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리뷰가 있나요?

서비스를 처음 론칭했던 9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참여하고 계시는 분이 있는데요. 그분께서 외국인들을 만날 기회가 많이 없는데, 이곳에서 유학생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외국인을 '외국인'으로서 상대하는 게 아니라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으셨대요. 또 그분이 처음에는 영어가 굉장히 서툰 분이셨는데, 커리큘럼뿐만 아니라 게더링에도 활발하게 참여하셔서 지금은 한국인 친구와 놀듯이 외국인 친구와 놀 수 있게 됐다고 하셨어요.


다양한 주제로 얘기를 나누려면 영어 왕초보는 이용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요. 다양한 주제로 얘기를 나누려면 영어 왕초보는 이용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요.

멤버십에 가입하려면 우선 5단계로 나뉘는 레벨 테스트를 진행해야하는데요. 왕초보분들이라면 한국어가 가능한 원어민 리더들이 배정됩니다. 원어민 리더 중에는 한국어능력시험인 토픽 TOPIK의 가장 높은 등급인 6급을 보유한 분들이 많은데요. 이런 분들이 중간중간 상황을 한국어로 설명하며 도와드리기 때문에 영어 실력이 부족해도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어요.


토픽 6급이라니, 준 한국인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웃음). 그런데 한국어를 한다고 해서 누구나 한글을 가르칠 수 있는 건 아니 듯, 외국인이 영어를 할 줄 안다고 해서 우리가 무작정 배울 수는 없잖아요. 원어민 리더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발되나요?

저희는 영어를 얼마나 잘 가르치는지보다는 한국 문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한국 친구를 사귀는 데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중점적으로 보며 선발하고 있어요. 그래야 영어를 잘 못하는 한국인들도 영어로 게임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도와줄 수 있으니까요. FIP이라는 공간에서만큼은 영어를 공부하는 과목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익숙한 언어로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이렇게 각국에서 오는 분들과 함께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없나요?

FIP에 참여하는 외국인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발룬티어Volunteer들인데요. 역시 사람 관리하는 게 제일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커뮤니티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으니, 참여에 있어 책임감을 주로 어필하는 편입니다. 지금까지 딱 한 번, 2개월 만에 리더를 그만두셨던 분이 있었는데요. 학업과 병행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였지만, 이번 달까지만 하고 그만두겠다기에 당황스럽기도 했죠. 이런 부분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소에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한국인과 외국인, 두 집단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커뮤니티를 만든 대표로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였는지도 궁금해요.

한 외국인 친구가 "당신이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해 준 덕분에 진짜 좋은 친구들을 사귀고 간다."라고 말했을 때가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이었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요새는 한국인들과 그 문화 자체를 알고 싶어서 오는 외국인이 많아요. 그런데 막상 와보면 한국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고, 어쩌다 기회가 있다 해도 일반적인 한국분들은 외국인을 만나면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마치 배척 당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대요. 그래서 생각보다 실망을 하고 가시는 분들이 꽤 많다는데, 그 친구도 처음에는 한국이 굉장히 외로운 나라라고 느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FIP을 통해 한국이 제2의 고향이 되었다면서 감사 표시를 했을 때가 가장 뿌듯했어요.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고민은 없으셨어요?

비즈니스라는 게 어려움의 연속이더라고요(웃음). 사실 저희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해본 적이 없어요. 지금까지는 주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해왔으니까요. 앞으로 저희가 해결해야 하는 게 있다면, 외국 친구들을 만나면서 영어를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 어떻게 효율적으로, 마케팅하고 홍보하느냐인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FIP이 전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엔코위더스의 핵심 가치는 '연결'이에요. 외국인들을 한국 사회에 연결하고, 한국인과 외국인을 연결하는 거죠. 그래서 한국분들에게 영어 배우러 해외 유학이나 어학연수에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도 충분히 영어와 문화를 교류할 수 있다는 걸 꼭 전하고 싶어요.





책상에 앉아 영어를 배우는 학원과 구별되는 FIP만의 특징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보드게임을 함께 하기 위해서는 친구들에게 설명을 해줘야 하잖아요. 손짓을 하든 발짓을 하든, 어떻게든 서로를 이해시켜야 재미있게 게임이 진행되거든요. 그런 과정에서 멤버분들이 영어를 배우러 왔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영어를 배우지 않아도 영어를 하고 있다.'라는 걸 체감하시는 것 같아요. '내가 어느 순간 영어로 말하고 있다는 사실마저 잊고 있더라.'라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고요.


이야기를 쭉 듣고 보니, 직접 체험해 보고 싶어지는데요. 저처럼 FIP의 멤버가 되고 싶은 분들이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FIP 멤버십에 가입하실 수 있어요. 네이버 검색창에 '엔코플렉스'를 입력하면 바로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멤버십에 가입하면 주 1회 언어 교환과 월 1회 커뮤니티 데이 참여, 그리고 매주 일어나는 모든 게더링에 참여하실 수 있어요. 언어 교환 1회권과 게더링 1회권도 만 원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데요. 멤버십 가입이 고민되는 분들은 먼저 체험해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이제 개인적인 질문을 드려볼까 해요.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가신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유학 초반에는 언어가 미숙해서 겪은 어려움도 많았죠?

처음엔 모든 게 다 어려웠죠(웃음). 유학 당시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통학했었는데요. 한번은 어떤 트럭이 백미러로 제 머리를 치고 지나가더라고요. 넘어지진 않았는데, 너무 화가 났죠.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아서 그 트럭을 쫓아 간 다음, 창문을 두드렸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따지려고요. 그런데 트럭 운전사가 갑자기 "Are you okay?"라고 하는 거예요. 근데 저도 모르게 "Yes."라고 대답해 버렸어요(웃음). 영어를 못하니까, 화 한마디 못 내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셨지만, 다치고도 제대로 따질 수 없어 많이 억울하셨을 것 같아요. 이후로 영어를 잘하기 위해 더 노력하셨을 것 같은데요?

근처에 현지 교회가 있었어요. 국제 학생들을 위한 커뮤니티나 액티비티가 굉장히 다양한 교회였는데요.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런던에서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브라이턴Brightion 같은 근교로 투어를 가기도 했고, 공원으로 피크닉을 간다든가, 함께 축구를 했어요. 예배보다는 커뮤니티에 열심히 참여하며 외국인 친구를 사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야기하고 보니, FIP의 원천도 이 경험으로부터 나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경험을 하며, ‘혹시라도 나중에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에 많이 오게 된다면, 이런 액티비티를 하고 커뮤니티를 운영하면 좋겠다.‘라는 아이디어들이 떠올랐거든요.





외국인 친구가 많은 사람으로서, 외국인과 소통하며 더 빨리 가까워지기 위해 필요한 태도나 마음가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뻔한 말일 수도 있는데, 영어 못하는 것을 창피해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어를 못한다고 부끄러워하는 외국인을 본 적 있나요? 우리의 모국어가 아닌데, 한국 사람이 영어를 못하고 실수하는 것 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영어 배우길 잘했다." 하는 순간이 있으셨어요?

영어는 사실 지금도 잘 못하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그 덕분에 이렇게 직원이 30명 넘는 규모의 회사까지 키워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만약 영어를 하지 못했다면 외국인을 대상으로 셰어 하우스를 운영할 생각도 못 했을 거고, 영어로 밀려 들어오는 문의 사항에 답하지도 못했겠죠. 그랬다면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을 거예요. 그때 영어를 즐겁게 배웠던 경험이, 또 해외에 나가서 다른 분들과 즐겁게 액티비티하고 소셜 했던 경험이, 지금 회사를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하지 않았나 싶을 때 영어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 살면, 영어가 필수는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영어를 계속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요새 AI가 등장하면서 '영어가 필요 없어진다.‘라는 말도 많이들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생각이 조금 달라요. AI가 유일하게 사람을 대체할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감성과 공감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런 감성과 공감은 '같은 언어'로 이야기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도 영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보를 얻기 위해서도 필요하죠. 세상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정보의 90% 이상 영어로 만들어져요.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정보들에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훨씬 유리하겠죠?




* 본 기사는 컨셉진 107호 '당신은 배우고 싶은 외국어가 있나요?' 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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