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진 128호, 편집장 레터
“세탁기에 세탁물과 세제를 넣고 동작 버튼을 누른다. 15분 뒤 ‘삐- 삐-’ 소리가 울린다. 에러가 났으니 다시 설정하라는 알림이다.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서 동작 버튼을 누른다. 그로부터 45분 뒤 다시 ‘삐-삐-’. 세탁에서 탈수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에러가 났다는 알림이다. 다시 한번 전원을 껐다가 켜서 동작 버튼을 누른다. 이런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고 약 세 시간 만에 세탁을 마친다.”
위 얘기는 요즘 저희 집 풍경의 일부입니다. 세탁기가 고장 난지 약 7개월이 되어갑니다. A/S 센터에 연락해 수리 기사님을 불러야 하는데, 평일에 집에 있을 시간이 없어 미뤄둔 게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중간중간 계속 버튼을 눌러줘야 하는 귀찮음과 세탁을 세 시간 동안 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에 적응이 되어버려, 나름 편하게 하는 요령까지 터득했습니다. 고장 난 걸 알았을 때 바로 고치지 않으니, 불편함에 익숙해지고 무뎌져 버린 것입니다.
사실 요즘 제 주변에는 이런 문제가 여기저기에 널려있습니다. 세탁기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사용하는 정수기가 고장 난 지 반년 가까이 되었는데 바로 수리하지 않아 생수를 배달해 마시고 있고요. 심지어 물이 다 떨어졌는데 재주문을 해놓지 않아 집에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는 날도 있습니다. 또 사무실 제 자리엔 여러 업체에서 선물로 보내주신 제품들이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쌓여있고, 웨딩 포스터나 청첩장 등 결혼식 때 사용하고 남은 물건들도 쇼핑백 안에 고스란히 담겨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는 매일 아침 출근해서 자리에 앉을 때마다 한숨을 푹푹 내쉬곤 하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컴퓨터에 용량이 가득 차서 경고 메시지가 뜬 지 한참 됐는데 파일 정리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둬서,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을 열 때마다 파일을 몇 개씩 지워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매번 ‘김경희 너 진짜 왜 이러고 사냐…’ 자책하면서 말이죠.
문제가 있으면 그걸 그냥 두고는 못 넘어가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부했는데, 제가 어쩌다 이런 상태가 되어버린 걸까요?
지금 돌아보면 그 ‘처음’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 세탁기에서 처음으로 에러 알림이 울렸을 때, 정수기가 처음으로 이상한 상태를 보였을 때, 외부에서 보내주신 선물들이 자리에 쌓이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자각했을 때, 컴퓨터에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고 처음으로 경고 메시지가 떴을 때. 이것들을 처음 발견했을 때 빠르게 바로잡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텐데, 이런저런 핑계로 문제를 내버려두니 방치하는 게 습관이 되고, 결국 제 삶의 모습이 되어버린 거죠. 문제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그 상황을 바꾸기 힘들어집니다. 불편함에 익숙해지면 문제를 ‘문제’라고 바라보는 시선조차 무뎌지니까요.
당신은 개선하는 사람인가요? 문장을 바꿔 다시 질문해 보겠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방치하고 있나요? 혹시 불편함과 불만족스러움조차 점점 적응해 가고 있진 않나요?
편집장 김경희
상품 일반정보
도서명 : 컨셉진
저자, 출판사 : 라이프 팩토리
크기 : A6
쪽수 : 282
제품구성 : 종이책
출간일 : 2012.08
ISBN 2288-8608
배송 관련 안내
상품의 기본 배송비는 3,000원 (5만원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입니다. 모든 상품은 지정된 택배(CJ대한통운)로 배송되며, 출고완료 1~2일내 상품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도서와 상품의 묶음배송은 당일주문에 한하여 가능합니다. 도서산간지역은 지역별로 별도의 착불운임이 추가됩니다.
교환 / 환불 방법
로그인 후 ‘마이페이지’ 주문 조회에서 신청 가능하며 기타 문의 사항은 오른쪽 하단 채팅 상담으로 문의 부탁드립니다.
환불 일정
환불은 신청일로부터 영업일 5일 이내 처리 드리고 있습니다.
피해 보상 규정
소비자 피해 보상의 분쟁 처리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라 피해 보상 받을 수 있습니다. 교환/반품/보증조건 및 품질보증 기준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습니다. 기타 제작사 사정에 따라 품절, 참여 인원 미달 등의 사유로 주문이 취소될 수 있으며, 이 경우 고객님께 별도로 연락하여 고지드립니다.
컨셉진 128호, 편집장 레터
“세탁기에 세탁물과 세제를 넣고 동작 버튼을 누른다. 15분 뒤 ‘삐- 삐-’ 소리가 울린다. 에러가 났으니 다시 설정하라는 알림이다.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서 동작 버튼을 누른다. 그로부터 45분 뒤 다시 ‘삐-삐-’. 세탁에서 탈수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에러가 났다는 알림이다. 다시 한번 전원을 껐다가 켜서 동작 버튼을 누른다. 이런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고 약 세 시간 만에 세탁을 마친다.”
위 얘기는 요즘 저희 집 풍경의 일부입니다. 세탁기가 고장 난지 약 7개월이 되어갑니다. A/S 센터에 연락해 수리 기사님을 불러야 하는데, 평일에 집에 있을 시간이 없어 미뤄둔 게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중간중간 계속 버튼을 눌러줘야 하는 귀찮음과 세탁을 세 시간 동안 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에 적응이 되어버려, 나름 편하게 하는 요령까지 터득했습니다. 고장 난 걸 알았을 때 바로 고치지 않으니, 불편함에 익숙해지고 무뎌져 버린 것입니다.
사실 요즘 제 주변에는 이런 문제가 여기저기에 널려있습니다. 세탁기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사용하는 정수기가 고장 난 지 반년 가까이 되었는데 바로 수리하지 않아 생수를 배달해 마시고 있고요. 심지어 물이 다 떨어졌는데 재주문을 해놓지 않아 집에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는 날도 있습니다. 또 사무실 제 자리엔 여러 업체에서 선물로 보내주신 제품들이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쌓여있고, 웨딩 포스터나 청첩장 등 결혼식 때 사용하고 남은 물건들도 쇼핑백 안에 고스란히 담겨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는 매일 아침 출근해서 자리에 앉을 때마다 한숨을 푹푹 내쉬곤 하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컴퓨터에 용량이 가득 차서 경고 메시지가 뜬 지 한참 됐는데 파일 정리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둬서,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을 열 때마다 파일을 몇 개씩 지워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매번 ‘김경희 너 진짜 왜 이러고 사냐…’ 자책하면서 말이죠.
문제가 있으면 그걸 그냥 두고는 못 넘어가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부했는데, 제가 어쩌다 이런 상태가 되어버린 걸까요?
지금 돌아보면 그 ‘처음’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 세탁기에서 처음으로 에러 알림이 울렸을 때, 정수기가 처음으로 이상한 상태를 보였을 때, 외부에서 보내주신 선물들이 자리에 쌓이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자각했을 때, 컴퓨터에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고 처음으로 경고 메시지가 떴을 때. 이것들을 처음 발견했을 때 빠르게 바로잡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텐데, 이런저런 핑계로 문제를 내버려두니 방치하는 게 습관이 되고, 결국 제 삶의 모습이 되어버린 거죠. 문제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그 상황을 바꾸기 힘들어집니다. 불편함에 익숙해지면 문제를 ‘문제’라고 바라보는 시선조차 무뎌지니까요.
당신은 개선하는 사람인가요? 문장을 바꿔 다시 질문해 보겠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방치하고 있나요? 혹시 불편함과 불만족스러움조차 점점 적응해 가고 있진 않나요?
편집장 김경희
상품 일반정보
도서명 : 컨셉진
저자, 출판사 : 라이프 팩토리
크기 : A6
쪽수 : 282
제품구성 : 종이책
출간일 : 2012.08
ISBN 2288-8608
배송 관련 안내
상품의 기본 배송비는 3,000원 (5만원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입니다. 모든 상품은 지정된 택배(CJ대한통운)로 배송되며, 출고완료 1~2일내 상품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도서와 상품의 묶음배송은 당일주문에 한하여 가능합니다. 도서산간지역은 지역별로 별도의 착불운임이 추가됩니다.
교환 / 환불 방법
로그인 후 ‘마이페이지’ 주문 조회에서 신청 가능하며 기타 문의 사항은 오른쪽 하단 채팅 상담으로 문의 부탁드립니다.
환불 일정
환불은 신청일로부터 영업일 5일 이내 처리 드리고 있습니다.
피해 보상 규정
소비자 피해 보상의 분쟁 처리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라 피해 보상 받을 수 있습니다. 교환/반품/보증조건 및 품질보증 기준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습니다. 기타 제작사 사정에 따라 품절, 참여 인원 미달 등의 사유로 주문이 취소될 수 있으며, 이 경우 고객님께 별도로 연락하여 고지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