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0 당신은 엄마를 잘 알고 있나요?
EDITOR'S LETTER
“경희야, 아빠한테 연락 좀 해봐. 아빠 집 나갔어.”
4개월 전, 엄마에게 받은 카톡 메시지입니다. 갑자기 무슨 일인지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아랫집에 사는 큰이모 댁에서 자주 벌어지는 고스톱판에 아빠가 종종 불려 내려갔고, 다음날 일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늦게까지 치는 일이 잦자 수차례 경고하던 엄마가 홧김에 비밀번호를 바꾸고 문을 잠가버렸다고 합니다. 아빠는 엄마의 이런 행동이 자기를 무시하는 거라며 집을 나가 며칠째 연락 두절 상태가 되었고요. 평소 금실 좋은 부부로 알아줬던 부모님이었기에 저에겐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아빠에게 연락했는데, 딸이라면 껌벅 죽던 아빠가 제 전화도 받지 않고 카톡 메시지에도 묵묵부답인 거예요.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구나, 싶어 두 분의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강릉 부모님 댁으로 내려갔습니다. 아빠를 찾기 전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했냐고. 아빠도 큰이모가 부르니 어쩔 수 없이 다녀온 걸 텐데, 왜 그렇게까지 화가 난 거냐고. 여기서 저는 생각지 못한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사실 엄마가 화난 건 이번 일 때문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약 1년 전, 아빠가 동네 아주머니의 소개로 새로운 곳에 출근하게 되었는데, 그 아주머니께 감사해 아빠 차에 아주머니를 태워 함께 출퇴근했대요. 그런데 평소 표정이 밝지 않던 아주머니가 아빠와 함께 다니며 표정이 밝아졌다는 거예요. 엄마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속상하고 화가 났지만 크게 내색할 수는 없었다고 해요. 그러다 어느 날은 큰맘 먹고, 이제 같이 다니지 말라고 말했는데, 아빠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엄마 말을 무시했다는 거죠. 그날 이후로 엄마는 별별 상상을 다 하며 점점 외로워졌대요. 그런 마음을 깊은 곳에 쌓아만 뒀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쑥 터져 나온 거예요. 아빠가 고스톱을 치는 동안 엄마는 집에서 혼자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아줌마들 사이에서 고스톱을 치고 오는 아빠도, 아빠를 자꾸만 불러내는 이모도, 다 꼴 보기 싫었다고….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새삼, 엄마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 우리 엄마도 여린 사람이구나. 평생 강한 사람이라고만 생각 했는데, 한 남자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싶은 여린 사람이었구나….’ 엄마가 아닌 한 사람의 입장에서 엄마의 상황을 바라보니 너무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더라고요. 엄마의 행동도 다 이해 됐고요.
또 한편으론 자존심 때문에 어디에도 터놓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을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동안 저는 정말 엄마와 친하다 자부했어요. 할 말 못 할 말 가릴 거 없이 어떤 일이든 늘 엄마와 공유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동안 엄마와 나눈 얘기는 ‘엄마 얘기’가 아니라 모두 ‘내 얘기’였던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남자친구와 어쩌다 싸웠는지, 최근에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 요즘 왜 힘든 건지…. 엄마와 수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모든 게 전부 내 얘기였던 거죠. 이렇게 일방적으로 내 얘기를 퍼붓는데, 어떻게 엄마가 자신의 얘기를 꺼낼 수 있었겠어요….
그날 이후로 저는 가끔 엄마에게 먼저 묻곤 합니다. 엄마가 하는 일은 즐거운지, 어떤 아줌마랑 마음이 잘 맞는지, 목소리가 유독 안 좋은 날은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묻고 또 묻죠. 여러분은 어떤가요? 엄마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과연 내가 알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그녀의 전부 일까요? 어쩌면 그동안 내가 알던 엄마와 진짜 엄마의 모습이 한참 다를지도 몰라요. 이번 한 달만큼은 엄마에게 관심 갖고 먼저 물음표를 던져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장 김경희
상품 일반정보
도서명 : 컨셉진
저자, 출판사 : 라이프 팩토리
크기 : A6
쪽수 : 230
제품구성 : 종이책
출간일 : 2012.08
ISBN 2288-8608
배송 관련 안내
상품의 기본 배송비는 3,000원 (5만원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입니다. 모든 상품은 지정된 택배(CJ대한통운)로 배송되며, 출고완료 1~2일내 상품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도서와 상품의 묶음배송은 당일주문에 한하여 가능합니다. 도서산간지역은 지역별로 별도의 착불운임이 추가됩니다.
교환 / 환불 방법
로그인 후 ‘마이페이지’ 주문 조회에서 신청 가능하며 기타 문의 사항은 오른쪽 하단 채팅 상담으로 문의 부탁드립니다.
환불 일정
환불은 신청일로부터 영업일 5일 이내 처리드리고 있습니다.
피해 보상 규정
소비자 피해 보상의 분쟁 처리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라 피해 보상 받을 수 있습니다. 교환/반품/보증조건 및 품질보증 기준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습니다. 기타 제작사 사정에 따라 품절, 참여 인원 미달 등의 사유로 주문이 취소될 수 있으며, 이 경우 고객님께 별도로 연락하여 고지드립니다.
vol.90 당신은 엄마를 잘 알고 있나요?
EDITOR'S LETTER
“경희야, 아빠한테 연락 좀 해봐. 아빠 집 나갔어.”
4개월 전, 엄마에게 받은 카톡 메시지입니다. 갑자기 무슨 일인지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아랫집에 사는 큰이모 댁에서 자주 벌어지는 고스톱판에 아빠가 종종 불려 내려갔고, 다음날 일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늦게까지 치는 일이 잦자 수차례 경고하던 엄마가 홧김에 비밀번호를 바꾸고 문을 잠가버렸다고 합니다. 아빠는 엄마의 이런 행동이 자기를 무시하는 거라며 집을 나가 며칠째 연락 두절 상태가 되었고요. 평소 금실 좋은 부부로 알아줬던 부모님이었기에 저에겐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아빠에게 연락했는데, 딸이라면 껌벅 죽던 아빠가 제 전화도 받지 않고 카톡 메시지에도 묵묵부답인 거예요.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구나, 싶어 두 분의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강릉 부모님 댁으로 내려갔습니다. 아빠를 찾기 전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했냐고. 아빠도 큰이모가 부르니 어쩔 수 없이 다녀온 걸 텐데, 왜 그렇게까지 화가 난 거냐고. 여기서 저는 생각지 못한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사실 엄마가 화난 건 이번 일 때문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약 1년 전, 아빠가 동네 아주머니의 소개로 새로운 곳에 출근하게 되었는데, 그 아주머니께 감사해 아빠 차에 아주머니를 태워 함께 출퇴근했대요. 그런데 평소 표정이 밝지 않던 아주머니가 아빠와 함께 다니며 표정이 밝아졌다는 거예요. 엄마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속상하고 화가 났지만 크게 내색할 수는 없었다고 해요. 그러다 어느 날은 큰맘 먹고, 이제 같이 다니지 말라고 말했는데, 아빠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엄마 말을 무시했다는 거죠. 그날 이후로 엄마는 별별 상상을 다 하며 점점 외로워졌대요. 그런 마음을 깊은 곳에 쌓아만 뒀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쑥 터져 나온 거예요. 아빠가 고스톱을 치는 동안 엄마는 집에서 혼자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아줌마들 사이에서 고스톱을 치고 오는 아빠도, 아빠를 자꾸만 불러내는 이모도, 다 꼴 보기 싫었다고….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새삼, 엄마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 우리 엄마도 여린 사람이구나. 평생 강한 사람이라고만 생각 했는데, 한 남자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싶은 여린 사람이었구나….’ 엄마가 아닌 한 사람의 입장에서 엄마의 상황을 바라보니 너무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더라고요. 엄마의 행동도 다 이해 됐고요.
또 한편으론 자존심 때문에 어디에도 터놓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을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동안 저는 정말 엄마와 친하다 자부했어요. 할 말 못 할 말 가릴 거 없이 어떤 일이든 늘 엄마와 공유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동안 엄마와 나눈 얘기는 ‘엄마 얘기’가 아니라 모두 ‘내 얘기’였던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남자친구와 어쩌다 싸웠는지, 최근에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 요즘 왜 힘든 건지…. 엄마와 수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모든 게 전부 내 얘기였던 거죠. 이렇게 일방적으로 내 얘기를 퍼붓는데, 어떻게 엄마가 자신의 얘기를 꺼낼 수 있었겠어요….
그날 이후로 저는 가끔 엄마에게 먼저 묻곤 합니다. 엄마가 하는 일은 즐거운지, 어떤 아줌마랑 마음이 잘 맞는지, 목소리가 유독 안 좋은 날은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묻고 또 묻죠. 여러분은 어떤가요? 엄마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과연 내가 알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그녀의 전부 일까요? 어쩌면 그동안 내가 알던 엄마와 진짜 엄마의 모습이 한참 다를지도 몰라요. 이번 한 달만큼은 엄마에게 관심 갖고 먼저 물음표를 던져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장 김경희
상품 일반정보
도서명 : 컨셉진
저자, 출판사 : 라이프 팩토리
크기 : A6
쪽수 : 230
제품구성 : 종이책
출간일 : 2012.08
ISBN 2288-8608
배송 관련 안내
상품의 기본 배송비는 3,000원 (5만원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입니다. 모든 상품은 지정된 택배(CJ대한통운)로 배송되며, 출고완료 1~2일내 상품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도서와 상품의 묶음배송은 당일주문에 한하여 가능합니다. 도서산간지역은 지역별로 별도의 착불운임이 추가됩니다.
교환 / 환불 방법
로그인 후 ‘마이페이지’ 주문 조회에서 신청 가능하며 기타 문의 사항은 오른쪽 하단 채팅 상담으로 문의 부탁드립니다.
환불 일정
환불은 신청일로부터 영업일 5일 이내 처리드리고 있습니다.
피해 보상 규정
소비자 피해 보상의 분쟁 처리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라 피해 보상 받을 수 있습니다. 교환/반품/보증조건 및 품질보증 기준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습니다. 기타 제작사 사정에 따라 품절, 참여 인원 미달 등의 사유로 주문이 취소될 수 있으며, 이 경우 고객님께 별도로 연락하여 고지드립니다.
이런 것도 있어요!